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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아트팀 기자 |
서로 다른 두 세계는 음악을 배경으로 부드럽게 마주쳤다. 분위기는 내내 따뜻했다. 막판에 북한 측의 전통악기 주자 6명의 출연 취소를 제외하면 모든 게 잘 돌아갔다. 북한 측은 뉴욕필의 요구에 맞춰 공연장 천장에 음향 반사판을 설치해줬고,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 청중은 뉴욕필의 2008-2009 시즌 브로셔를 가슴팍에 안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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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인가 1/15 |
분위기는 석 달 정도 갔다. 같은 해 5월 북은 서해 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7월엔 금강산에서 관광객이 사망했다. 평양에서 잔뜩 흥분한 채 뉴욕필의 소식을 전했던 겨울은 이제 거대한 환상이었던 것처럼 가물거릴 뿐이다.
지휘자 정명훈은 2011년 평양에 다녀왔고 매년 합동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듬해에는 북한·프랑스 연주자를 모아 아리랑을 연주했다. 하지만 1년 후엔 그 무대에 섰던 북한 연주자들의 공개 처형 소식이 있었다.
다음 달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추진되고 있다. 실무 회담에 양측 예술인들이 포함돼 이야기를 나눈다. 절묘하고 아름다운 기획을 기대한다. 하지만 10년 전 뉴욕필 연주곡목의 정교한 스토리텔링조차 지금은 한때의 낭만으로 기억될 뿐이다. 예술교류가 자칫하면 짧은 소동에 그친다는 교훈은 이미 숱하게 얻었다.
김호정 아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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