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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중앙은행장 교체기에 물가도 상승 … 속도 붙는 금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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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근원 물가 1.8% 올라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져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우려에

한은, 금리 인상 압력 커질 수도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에만 세 번째, 세계금융위기 이후 다섯 번째 인상이었다.

경제 지표로만 따지면 기준 금리 인상을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미국 경제는 호황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2%(연 환산 기준, 전기대비)를 기록했다. 2분기(3.1%)에 이어 3%대 성장률을 보였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을 3.3%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4.1%에 머무르고 있다. 2000년 12월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다. 넘치는 유동성에 자산 시장은 뜨겁다. 주식 시장은 과열되는 모습이다. 다우존스 등 3개 주요 증시는 올해에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일보

중앙은행장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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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은행 총재와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준은행 총재는 “저물가이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ed의 목표치(2%)를 밑도는 물가가 부담 요인이었던 셈이다.

물가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골칫거리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며 경제를 살려냈지만 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튼 미국도 물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미스테리”라고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Fed가 마지막 퍼즐을 맞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가의 족쇄가 조금 헐거워지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해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8%로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물가가 꿈틀대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소비판매도 전달대비 0.4% 증가했다.

물가 미스테리가 풀리는 듯하자 시장 금리도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대를 넘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도 2.58%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체제가 출범하는 3월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88.2%로 예상했다. 주요 투자은행(IB)은 지난해부터 올해 Fed가 3번의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ed 안팎의 전망과 압박도 커지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은행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증권금융시장협회 연설에서 “경제가 과열될 위험이 있다”며 “Fed가 긴축 정책을 너무 느리게 펼치다가 나중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뿐만 아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Fed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네 차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유는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 덕분에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실업률 하락하는 만큼 돈줄을 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안정의 필요성도 Fed가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통화완화 기조 속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미국의 자산 가격이 고평가된 만큼 새로운 Fed 지도부는 금융안정 이슈를 통화정책 과제의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게 되면 18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여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상단)는 연 1.5%로 같다.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총재가 1월과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물가의 부담을 털어낸 Fed가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양국의 정책 금리는 역전된다. 이렇게 되면 자본 유출의 위험이 커진다.

긴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경기가 계속 확장하면 올해 초 통화정책 관련 문구를 재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은행도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등 방향을 전환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자본 유출을 막고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각종 경제 지표와 연초 주요국 중앙은행의 행보로 인해 금리 인상을 비롯한 통화 정책 변화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 일본·중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교체를 앞둔 만큼 통화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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