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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대구서 3선… 지방의회 ‘카르텔’에 도전한 정의당 기초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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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해기획] 한 걸음 더+

장태수 대구 서구의원 ‘16년 분투기’

무료법률상담으로 이름 알려

2002년 지방선거 첫 당선 뒤 3선

불투명한 구청장 업무비 감사에

관변단체 보조금 지원방식 개선

노력 인정받아 구의회부의장 뽑혀

새누리 독점에 의정활동 벽 높아도

“단 한사람이라도 다른 목소리 중요”


한겨레

지난 5일 정의당 장태수 대구 서구의원이 대구 사무실에서 지방의회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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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안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다른 생각을 담아내는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때로는 눈물로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의당 장태수(46) 대구 서구의원은 지난 16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보수세력의 안방인 대구에서 처음으로 보수정당이 아닌 정당 간판을 내걸고 당선된 3선 지방의원이다. 서구는 대구 안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그는 16년 전부터 서구의회 안에서 혼자 다른 목소리를 내며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평화’를 깨뜨려왔다.

장 구의원은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당시 기초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였다. 정당공천제가 없었지만 ‘과격한 운동권 출신이며 민주노동당 후보’라고 경쟁 후보는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를 뽑아줬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장 구의원은 “1996년 영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구문화복지센터 실직가정 생계비지원사업팀장으로 일했다. 센터에서 만든 무료 주민법률상담소에서 임대차 상담 실장도 맡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임대차 분쟁이 많았는데 내가 상담한 것만 7천건이 넘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런 활동이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당선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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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30일 장태수 대구 서구의원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팻말을 들고 ‘대구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 조례는 대구시의회 다수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장태수 구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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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회에 들어간 그는 처음 구청장의 불투명하고 잘못된 업무추진비 사용 문제를 지적했다. 구청장에게 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서구가 발칵 뒤집혔다. 동료 구의원들은 침묵했다. 결국 증인 선서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구청장을 행정사무감사장에 세웠다. 이 일을 계기로 서구는 구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상당히 투명해졌다.

관변단체의 불투명한 보조금 사용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서구에 관변단체 지원 보조금을 제대로 행정지도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그는 2006년 사회단체 보조금을 심사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자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관변단체 회원에게 멱살을 잡히고 욕을 먹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서구의 관변단체 보조금 지원 방식이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바뀌어 투명성이 강화됐다.

하지만 ‘동네 평화’를 깨뜨린 대가는 컸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그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했다. 한 선거구에 1명을 뽑던 기초의원 선거가 중대선거구제(2~4인)로 바뀌고 비례대표제와 정당공천제가 도입됐다. 그의 지역구는 3명을 뽑는 3인 선거구가 됐다. 하지만 그는 이미 관변단체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었다. 결국 낙선했다.

그는 2010년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나와 재선에 성공했다. 운이 좋게도 그의 지역구인 서구 라선거구는 2인 선거구가 되지 않고 3인 선거구로 남아 있었다. 장 구의원은 17.69%를 득표해 3등으로 당선됐다. 그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노동당 후보로 나와 2등을 하고 3선에 성공했다.

그는 혼자 많은 일을 했다. 2004년 서구는 비정규직 여성 청원경찰 두명을 해고하고 대신 용역업체를 통해 여성 안내원을 쓰려고 했다. 장 구의원이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반대하자 결국 서구는 이 계획을 철회했다.

장 구의원은 “대구 지방의회에서는 사람이 10명이 있어도 나오는 목소리는 하나뿐이다. 10년 넘게 혼자 부딪히고 싸우다 보면 외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튄다’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그나마 나라도 없었다면 누가 이런 목소리를 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료 의원들도 이런 노력을 인정해줬던 것일까. 그는 2012년 7월 서구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부의장에 뽑혔다. 지역 정계에선 엄청난 이변이었다. 당시 서구의원 12명 중 11명이 새누리당 소속이었고, 장 구의원만 진보신당 소속이었다. 당시 부의장 선거에는 장 구의원과 새누리당 소속 구의원이 출마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예상을 깨고 장 구의원이 7표를 얻었다. 새누리 소속 구의원 절반 이상이 그를 뽑아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특정 정당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일당 독점 현실 앞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장 구의원은 2016년 ‘대구 서구 주요 구정 업무의 의회 통보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구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을 추진할 때 이를 의회에 미리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구의회의 견제, 감시 권한을 조금이라도 강화하려고 전국에서 처음 만든 조례였다. 하지만 구청장의 반발이 심했다. 평소 “왜 구의회에 사업을 미리 알려주지 않느냐”며 함께 불만을 나타내던 동료 구의원들도 침묵했다. 결국 이 조례는 구의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장 구의원은 “지역에는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서열 구조가 존재한다. 그러니 대구처럼 특정 정당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장악하면 단체장 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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