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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단독]공공기관장 ‘청와대 낙하산’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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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출범 후 한전 자회사 사장 ‘넉 달째 공석’…인사 지연

3개월 전 서부발전 선임 비리 수사 여파 ‘특정인 지명’ 난색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전력 자회사인 서부발전 사장 선임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여파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장 후속 인사 전반에 미치고 있다. 그간 산업부가 청와대 뜻을 받아 특정인을 기관장에 지목했던 ‘논공행상식 상의하달 인사’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 공공기관장 인사 상당수가 내년 초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지난 9월 한전 산하 발전자회사인 남동발전·남부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사장의 사표가 일괄 수리됐다. 하지만 4개월째 후임 인사가 표류하며 발전사별로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청와대 한 당국자는 10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일찌감치 청와대에서 사장 후보군을 추린 뒤 일부 인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수집하고 인사 검증도 마쳤지만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직원들은 산하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는 변수로 3개월 전 본격화한 검찰 수사를 거론하고 있다.

검찰은 서부발전 사장 선임 과정에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산업부 고위간부가 서부발전을 상대로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했다.

조사 결과 ‘윗선’ 지시를 받은 서부발전 임원추천위원회 담당자는 청와대 신임을 받은 정하황 전 사장(60)을 지난해 11월 서부발전 수장에 앉히기 위해 면접심사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검찰은 정 전 사장 선임 비리에 개입한 산업부 서기관을 지난달 구속하고, 전·현직 산업부 간부들로부터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기관장 인선을 위해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리고 후보자 공모 절차를 진행토록 돼 있다. 이후 서류·면접 심사 등을 거쳐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이들 중 한 명을 소관부처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청와대에서 임원추천위 구성을 전후해 소관부처에 ‘전화 한 통’만 걸면 사실상 사장을 낙점할 수 있는 ‘낙하산 인사’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이전 정부에서 대선 직후 기관장 인사는 선거 기여도에 따라 논공행상이 이뤄져왔다. 전직 국회의원이나 국회 보좌관 출신 기관장이 많이 배출됐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공공기관 임원추천위가 외압을 받지 않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의미 있는 기류 변화가 포착된다. 소위 ‘여의도 몫’으로 불리는 정치인들의 공공기관장행에 청와대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청와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서부발전 사장 선임 비리 수사 후 청와대에서 특정인을 지명하기 어렵게 됐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청와대 한 당국자는 “이런 상황이 반영돼 비어 있는 공공기관장 인사 중 상당수가 내년 초에나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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