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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김성회의 리더의 언어] 해고 통보할 때 리더가 알아야 할 두 세 가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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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이별은 슬프다
퇴직통고, 품위는 지켜주되 수위는 넘지 말라
분칠, 풀칠, 희망 고문 하지 말라

조선비즈

2009년 금융 위기 직후 나온 영화 ‘인디에어'. 조지 클루니가 미국 최고 베테랑 해고 전문가 역할을 했다. 자녀교육, 노부모 봉양 등 집안 사정 뻔히 아는 처지에 이들에게 퇴직을 알려야 하는 리더 역시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다.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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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이별은 슬프다. ‘첫’이란 말은 설레지만, ‘끝’이란 말은 먹먹하다. 조직생활도 마찬가지다. 입사의 첫 발걸음은 가볍지만, 퇴직의 마지막 걸음은 무겁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약하지 않기 힘들다.

여기저기서 퇴직 소식이 들린다. 특히 슬픈 퇴직은 ‘새로 시작하기엔 늦고, 그만두기엔 이른’ 중년의 어중간한 퇴직이다. 이들에게 퇴직소식은 청천벽력에 가깝다. 자녀교육, 노부모 봉양 등 집안 사정 뻔히 아는 처지에 이들에게 퇴직을 알려야 하는 리더 역시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다. 오늘 칼자루를 쥐었다고 해도, 내일은 칼날을 잡아야 하는게 월급쟁이 관리자의 숙명이다.

연애의 고수는 만남보다 마무리를 잘한다고 한다. 리더십 고수도 마찬가지다. 신뢰구축에서 중요한 것은 선발과 육성 못지 않게 퇴직 대응이다. ‘살아진’ 자의 슬픔, ‘사라진’ 자의 굴욕을 없애야, 줄여야 진정한 리더십이다. 퇴직, 해고의 순간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궁극의 리더십이다. 과연 품위를 지켜주면서 퇴직을 통고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살아진’ 자의 슬픔, ‘사라진’ 자의 굴욕 포용해야

첫째, 신속하되 신중하게 알리라. 자신의 신상소식을 회의 중에 ‘홈피에 떴다’는 등으로 제3자에게 듣거나, 출장중에 명퇴대상자라는 ‘카더라’소문을 듣고 알게되는 것이 최악의 무례한 통고다. 나쁜 소식의 메신저가 되는 것은 불편하다. 직접 대면해 알리는 불편을 감내하라. 단 명심할 것은 신속히 알리되, ‘준비할 시
간’은 줄 필요가 있다.

인사철, 상사가 미팅을 청하면 많은 사람들은 50대 50의 승진 기대반 퇴직 걱정반의 마음을 가진다. 심지어는 저성과자조차 그렇다. L사장은 퇴직통고를 위해 대상자 미팅을 알렸는데, 대상자가 밝은 얼굴로 나타나 당황했다는 심정을 털어놓은 바 있다. 가능하다면 1대 1미팅이라 하더라도 인사팀이 공식적으로 연락을 해야 당사자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할 수 있다.

통고의 적절한 시점으로 주초의 월요일 아침이냐 vs 금요일 저녁이냐는 각각 다르다.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이 있는 서구문화권에선 전자를 권하는 편이다. 그만두면 또 알아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만연해서다. 반면에 우리 나라에선 개인적 시간과 정리, 상하간 감성적 대화가 필요하다. 주말이 오히려 적합하다는 지적이 더 우세하다.

둘째, 분칠도 풀칠도 하지 말라. 퇴직의 이유와 사실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자네가 그동안 회사에 헌신을 얼마나 해왔는지, 능력이있는지’등의 분식(粉飾)이나 “이번에 세대교체론상 떠밀린 대상이다” “몇 퍼센트구조조정하라고 위에서 내려와 어쩔 수 없었다‘라는 등의 상황핑계로 호도(糊塗)하려 하지 말라. 결국은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상사의 자기 위로를 위한 멘트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사가 나약해보이거나, 조직이 불합리해보이거나...어느 것이나 바람직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거야'가 최악의 이별 멘트, 해고 멘트도 어설픈 위로 지양해야

연인이 이별할 때 제일 싫은 멘트 중 하나가 ‘이제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날거야’라고 한다. 퇴직통고 역시 마찬가지다. 어설프게 위로 한답시고, 더 좋은 기회운운은 반감을 낳기 쉽다. 본인은 덕담으로 하고 싶겠지만 상대에겐 덕으로도, 득으로도 들리지 않는다. 모자라는 공감은 원한을 낳지만, 지나친 공감은 원망을 산다. 같이 걱정해주는 것은 좋지만, 오버 걱정은 퇴직후 재기의 옹골진 마음을 다지는 것에 방해가 된다. 감정의 주인공 역할을 뺏지 말라.

셋째, 희망고문을 하지 말라. 본인의 권한 밖 희망고문은 뒤통수치기보다 더 큰 고통을 준다. 일격을 가하면 한번 세게 아프면 그만이다. 마감과 대책없는 희망고문은 오래 만성고통을 준다. ‘나중에 재고용기회를 알아보겠다’ ‘하청등 관계사 일을 알아보도록 하겠다’등등 ...자신의 권한내에서 가용한 자원과 기회면 좋다.

권한 밖 일이라면 미리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 리더는 당장의 아픔을 줄이기 위해 가볍게 던지는 말이지만, 당사자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기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병주고 약주고’는 필요하지만 순서가 뒤바뀌어 ‘약주고 병주고’가 될 수 있다.

해직 통고, 품위는 지키되 수위는 넘지 말라. 신속하되 신중하고, 모자라진 않되 넘치게 공감하지도 말라. 뒤통수를 치지도 말아야 하지만, 희망고문으로 만성고통을 일으키지 말라. 그래야 사라진 자의 굴욕도, ‘살아진’ 자의 슬픔도 함께 치유 할 수 있다.

조선비즈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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