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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금융당국, 지주 회장 승계 실태 점검…지나친 인사간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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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공정한가" 실태 점검…사외이사·임원 인사 적정성 검증하나 금융권 긴장]

머니투데이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차기 회장 승계 과정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을 따른다. 이에따라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3대 금융지주회사는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회장 승계계획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승계 계획에는 회장 자격요건, 승계 과정, 후보자 추천절차는 물론 관리하는 후보군까지 포함돼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KB금융),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천위원회(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하나금융) 등 이름은 다르지만 이사회 내에 회장 후보군을 관리하고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소위원회는 보통 회장과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다.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들어 있어 연임 가능성이 있으면 소위원회에서 빠진다. KB금융도 지난 9월 승계 절차를 개시할 때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윤종규 회장 없이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했다.

회장 후보군도 관리한다. 금융지주회사는 적게는 5명, 많게는 23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을 두고 있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5명, 6명의 외부 인사를 후보군으로 관리하고 있고 외부 인사를 추천받는 제도도 갖췄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회사가 법에 따라 제도를 갖췄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운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권 노조와 시민단체가 지적해온 ‘셀프연임’이 주요한 실태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셀프연임은 회장이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차기 회장을 뽑기 때문에 회장이 연임하기에 유리한 구조라는 문제 제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회장이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 스스로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한 만큼 이 부분도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태점검이 특정 금융지주회사를 겨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셀프연임과 스스로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 조성 모두 연임을 문제 삼는 만큼 최근 윤종규 회장이 연임한 KB금융과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언급되는 하나금융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KB금융 계열사 노조들로 구성된 KB금융 노조협의회는 윤 회장에 대해 셀프연임이라고 비난해왔고 하나금융 노조는 김 회장에 대해 셀프연임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해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노조 주장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승계 프로그램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운영 실태를 살펴보는 것 자체가 금융회사 인사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인사 조치를 통해 경쟁자를 없애는지 살펴보려면 금융지주사와 계열사 주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적절했는지 금융당국이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따라 금융당국의 실태점검이 어떤 수위에서 이뤄질지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법에 따라 제도를 갖춰 운영하고 있는지 보는 수준이라면 별 문제가 될 금융지주사가 없지만 승계 과정의 공정성을 따진다면 각 금융지주사가 관리하는 CEO 후보군의 적절성, 후보군에 대한 인사 조치의 공정성까지 따지고 들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셀프연임이라고 하는데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과반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어 회장이 마음대로 사외이사를 뽑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승계 프로그램의 운영 실태를 보겠다면 사외이사 선임이 적절했는지까지 일일이 조사한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노조의 셀프연임 공격을 받아온 KB금융은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 매년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받고 있고 사외이사를 추천한 사람도 명시하고 있어 셀프연임 비판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특정한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사의 승계 프로그램은 결국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핵심”이라며 “기업 출신, 관료 출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실태점검 역시 사외이사 선임과 구성의 적절성이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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