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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만물상] 의사들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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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간호사 5~6명이 투입돼 두 시간 걸리는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병원이 6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린다. 해당 시간 의료진 인건비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의료 수가가 낮은 탓이다. 인공관절 같은 치료의 재료비와 약값은 병원이 건강보험에서 책정한 가격대로 사 와 환자에게 그대로 받으니 이문이 남을 수 없다. 요새는 거의 모든 환자가 신용카드로 진료비를 결제한다. 병원은 수백만원 인공관절 카드 대금 수수료까지 떠안아야 해 기껏 수술해주고 손해를 본다.

▶많은 사람이 의아해한다. 저(低)수가로 못 해먹겠다고 하는데도, 의사들은 잘사는 것 같으니 말이다. 기실 병·의원 수익의 원천은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비(非)급여에 있다. 대학병원은 선택 진료비, 1~2인실 병실료, MRI, 로봇 수술비 등으로 수익을 남긴다. 의원은 도수 치료, 영양 수액 치료, 초음파 시술로 먹고산다. 일부 병원은 비급여 진료에 열 올리고, 상당수 의사는 미용·성형으로 발길 돌린다. 외상 치료처럼 건보 진료만 하는 '이국종류(流)' 의사들은 적자 내는 의사로 분류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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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진료비 삭감에도 불만이 많다. 낙상으로 생긴 척추 골절로 하지 신경 마비가 올 상황이라 응급 수술을 했더니, 보존 치료를 해도 될 환자에게 수술했다며 건보 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를 줄 수 없다는 삭감 통보가 온다는 것이다. 수술이 늦어져 신경 마비가 생기면 소송을 당해 수억원을 물어줘야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는 게 의사들 항변이다. 재판도 판사 실명으로 하고 콜센터 직원도 이름부터 밝히는데, 진료비 심사는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 채 당하니 불신이 쌓인다.

▶어제 전국 의사 3만명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지난 2013년 원격의료 도입 반대 이후 집단행동은 4년 만이다. 3800여 비급여 항목을 모두 건보 급여화해서 환자들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문재인 케어다. 국민으로서는 반길 정책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포퓰리즘인 데다 재원 마련이 어려워 실현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참에 적정 수가로 개선해 급여도 늘리자며 의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의사들은 적정 수가로 해준다는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나중에 심평원을 통해 진료비를 대거 삭감할 것이라고 여긴다.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화하면서 의료비도 낮추려면 국민을 설득해 건보료를 올려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의사에게 신뢰를 주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인지 믿음이 안 간다. 정부·국민·의사 서로 간의 신뢰 회복이 문재인 케어의 관건이다.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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