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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46] 얼음 침실에서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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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에스키모가 지은 얼음집 이글루에서 자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북극의 세찬 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얼음 벽이 막아준다지만 과연 실내가 얼마나 따뜻할까? 1960년대 영화 '바렌'(원제: The savage innocents)의 주인공 앤서니 퀸이 이글루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가졌던 궁금증이 생생하다. 스웨덴의 작은 마을 유카스야르비(Jukkasjärvi)에 있는 아이스 호텔에서 그 해답을 찾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북극권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이곳에 내·외부와 가구 등을 모두 얼음으로 만든 호텔이 성업 중이다. 내부 온도가 영하 5도로 맞춰져 있어서 보온이 잘되는 순록 가죽과 털을 덮은 침대에서 모피로 만든 침낭에 들어가 잠을 자야 한다.

조선일보

스웨덴 아이스 호텔의 아트 스위트 365 멜팅 폿(Melting Pot), 디자이너: 롭 과 팀삼 하딩(Rob & Timsam Harding), 2016~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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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 지역의 눈 축제에 초청받은 프랑스 조각가 자노 데리(Jannot Derid)가 지은 이글루에서 관광객 부부가 하룻밤 잔 것을 계기로 아이스 호텔이 시작됐다. 해마다 12월 초에 개장하는 아이스 호텔의 얼음 객실들은 전 세계에서 공모하여 선정한 디자인대로 제 각기 다르게 만들어졌으며 이듬해 4월이 되면 다 녹아 없어졌다. 연 면적 6000㎡(약 1815평)에 달하는 호텔을 짓는 데 990t의 얼음과 3만t의 눈이 쓰였다. 2016년 12월부터 365일 녹지 않는 아이스 호텔로 개조돼 연중 찬 방과 더운 방을 선택하여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전체 주민이 11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의 주요 교통수단인 썰매를 끄는 개가 1000여마리나 된다. 해마다 겨울이면 관광객 5만여명이 몰려든다. 그 비결은 누구나 동경하는 겨울 나라를 몸소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개썰매를 타고 눈 덮인 오솔길을 지나 오로라를 구경하고 특이하게 디자인된 얼음 침실에서 하룻밤을 지내보는 낭만적 경험은 이제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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