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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시민단체 아니면 서울시 사업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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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스케이트장·태양광 등 수억에서 수십억짜리 사업 2년만에 9개 따낸 곳도 있어

朴시장 측근이거나 지지자

2015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한복판에 스케이트장이 문을 열었다. 운영을 맡은 곳은 시민단체인 서울산책이었다. 그해 5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신생 업체로 관련 분야 경험이 전무했다. 서울산책은 최근 선정된 올해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의 운영권도 따냈다. 3년 연속이다.

지난여름 시에서 잠수교에 모래 해변을 만들겠다고 했던 '잠수교 비치' 행사 업체도 서울산책이다. 연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종로 도로 재편 사업 영향 조사' 용역 업체도 서울산책이다. 서울산책은 설립 후 2년 반 만에 시의 대형 사업을 9개나 따냈다.

조선일보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시민단체 일감 몰아주기 실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시의 수억∼수십억원대 사업이 특정 시민단체들에 잇따라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 대표는 대부분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이다.

◇서울로·스케이트장·잠수교 비치 모두 따낸 시민단체

박성숙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0일 열린 제277회 정례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로 고가공원 관련 사업과 성동구 서울숲공원 운영 위탁을 진행할 때 특정 시민단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희 시의원도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일감을 만들어 몰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산책과 함께 스케이트장을 공동 운영하는 서울그린트러스트도 시의회에서 거론됐다. 이 단체 사무처장이었던 이강오씨는 박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정책자문단으로 일했다. 그린트러스트는 지난해 시가 운영하던 서울숲공원이 민간 위탁으로 바뀌면서 첫 위탁 단체로 선정됐다. 선정 당시 그린트러스트는 공원 관리나 운영 경험이 없었다. 2017~2018년 서울숲공원 운영비는 85억원이다. 이씨 자신은 2015년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장이 개방직으로 바뀌면서 1대 원장에 취임했다.

이상묵 시의원은 "서울시가 검증 안 된 시민단체에 이 사업 저 사업을 다 맡기고 있다"며 "특정 업체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의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의 최순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최순실'로 지적된 조경민 서울산책 대표는 "박 시장과 인연은 2011년 캠프 사무실 인테리어를 해준 것뿐"이라며 "시 관련 사업을 많이 한 것은 맞지만, 일부는 시 예산이 아니라 민간 기업 예산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청년수당도 태양광 사업도 시민단체에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시는 청년수당 사업 위탁 기관으로 사단법인 마을과 일촌공동체가 만든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두 단체의 대표도 시민단체 출신이다. 마을은 박 시장 선거 캠프 출신인 유창복씨가 만들었다. 일촌공동체 대표 신철영씨는 2011년 박 시장 출마 당시 지지 선언을 했다. 신 대표는 2013년부터 4년간 서울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두 사람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올해 예산 20억원이 들어가는 청년 직무 역량 강화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태양광 사업에도 시민단체 출신이 만든 협동조합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시는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미니 발전소 총 2만8325대를 보급했다. 이 중 절반 가까운 물량을 특정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이끄는 조합이 가져갔다. 25%(7097대)를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21%(5951대)를 해드림협동조합이 맡았다. 햇빛발전 대표는 한겨레두레공제조합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에서 일한 박승옥씨, 해드림협동조합은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사무국장을 지낸 박승록씨다. 이들이 태양광 패널 제조 업체로부터 물품을 받아다 주택에 설치하고 받은 시 보조금은 약 50억원이다. 두 단체는 사업 초기부터 "아무런 자격 없이 보급을 따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슷한 사업을 벌이는 경기도의 경우 보급 업체는 전기공사업 면허 등 자격이 필요하다.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경기도 사업에는 협동조합 참여가 전무하다. 그러나 시는 자격 요건을 두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시에서는 "전문적 자격이 필요 없는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시는 "앞으로 면허 등을 요건에 넣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시가 민관 협치 사업이라고 내세우는 '협치서울 의제사업'도 시민단체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거론된다. 시는 시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운영하도록 독려한다며 올해 약 90억원을 썼다. 한강시민대학 운영(3억원·서울환경운동연합), 생물이 찾아오는 마을 만들기(3억1900만원·생태보전시민모임 외) 등이다. 이명희 시의원은 "협치서울 사업을 따내는 것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몇몇 시민단체"라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사업은 시민이 제안을 하더라도 시가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고 했다. 시는 내년에도 민관 협치 사업에 56억5000만원을 배정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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