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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린드스트롬의 '투란도트'… 마지막까지 그녀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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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물들인 푸치니 오페라 2편

등장부터 관객 압도 '투란도트' 풍부한 성량·내면 연기 인상적

'라보엠' 미미役 홍주영 돋보여

왕궁 앞 광장. 사람들이 "황제 폐하 만세!"를 노래하는 가운데 칼라프 왕자와 알툼 황제 앞에 선 투란도트 공주는 이렇게 외쳤다. "아버지, 이 청년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그 이름은 사랑입니다!" 복수의 화신이던 공주가 왕자의 사랑에 눈을 떠 따뜻한 본성을 되찾는 순간 뜨겁게 포옹하는 두 사람 뒤로 군중은 "오! 태양, 생명, 영원"을 노래하며 그들의 사랑을 축하했다.

조선일보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오페라‘투란도트’주역으로 나선 리즈 린드스트롬.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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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은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에서 각각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가 남긴 대표작 '투란도트'와 '라보엠'으로 채워졌다. 9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는 미국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의 독무대였다. 150회 넘게 투란도트 역을 소화한 린드스트롬은 예술의전당이 무대 장치 없이 선보인 콘서트 오페라에서 첫 등장부터 냉혹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칼라프 왕자와 관객을 사로잡았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씨는 "날카롭지만 단단한 목소리, 강력한 성량이 투란도트의 다양한 내면을 잘 보여줬다"고 평했다. 칼라프 왕자를 부른 테너 박성규의 당당한 미성(美聲)과 류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의 연기는 린드스트롬과 함께 오페라의 전개를 떠받쳤다.

나머지 부분은 아쉬움이 남았다.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와 서울시향, 그란데오페라합창단 사이의 이음매가 거칠었다. 연습 시간이 모자랐던 탓인지 오케스트라 반주와 성악가, 합창단의 노래가 종종 어긋났다. 특히 '투란도트'의 감초역인 핑, 팡, 퐁과 1막 첫 부분에 등장하는 만다린 등 조역들의 부진은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조선일보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오페라‘라보엠’2막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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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7~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 '라보엠'은 2012년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5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였던 작품. 겨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답게 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이번 '라보엠'은 8·10일 주역 미미를 노래한 소프라노 홍주영의 감성적인 노래와 연기가 돋보였다. 마지막 4막에서 무제타가 선물한 토시를 품에 안으며 "항상 당신과 있을 거야!"라고 흐느끼던 순간이 귓바퀴에 맴돌았다.

하지만 무대 세트의 부조화가 눈에 걸렸다. 1830년대 파리 라탱 지구의 작가 로돌포의 다락방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곳. 화가 마르첼로와 로돌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로돌포가 쓴 원고를 난로에 찢어 넣으며 추위와 맞서 싸운다. 하지만 로돌포의 다락방은 도심 오피스텔의 원룸처럼 깔끔하게 꾸며놓아 예술가들의 가난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3막 무대인 로돌포가 일하던 카페는 농가 창고처럼 꾸며 현실감을 떨어뜨렸다. 주역 가수들과 합창단, 오케스트라 반주가 하모니를 이루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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