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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호주·동남아 공략… 정유업계, 수출전선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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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는 올 1~9월 베트남에 휘발유 532만배럴을 수출했다. 비중은 현대오일뱅크 전체 휘발유 수출량의 50%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5년 0.3%였던 대(對)베트남 휘발유 수출 비중이 올 들어 7.7%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5년 12월 발효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해 베트남의 수입산 휘발유 관세율이 20%에서 10%로 인하하면서 휘발유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 덕분이다. 올 3분기 에쓰오일의 전체 석유제품 수출에서 호주의 비중은 16.4%. 작년 3분기의 2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2013년 10월부터 에쓰오일로부터 매년 평균 휘발유 25만t, 경유 15만t을 도입해온 호주 석유제품 수입 업체 유나이티드 터미널은 최근 계약을 연장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동남아·호주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제품(휘발유·경유 등)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자체 원유 정제 시설을 확충하면서 대체 시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호주·동남아 수출 확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3억7675만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8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영향으로 텍사스 지역 정제 설비가 2~3개월가량 가동을 멈추면서 수출 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의 전경. 국내 정유 업체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수출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호주·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하지만 가장 큰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량(7062만배럴)은 작년보다 0.8% 감소했다. 중국이 자체 정제 설비를 늘리면서 자급 비율을 높인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은 하루 평균 정제 능력을 작년보다 56만배럴 늘렸다. 중국은 오는 2022년까지 정제 능력을 작년 대비 15.3%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자체 정비 설비를 계속 늘리고 있어 한국산 의존도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대신할 수출 시장을 찾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가 최근 들어 집중 공략하는 곳은 호주다. 국내 정유사의 올 1~3분기 호주 수출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4% 늘어 전 세계 수출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호주는 정제 설비가 노후화하면서 잇따라 폐쇄하고 있는데, 환경단체의 반발 등에 부딪혀 신규 정제 시설을 거의 짓지 않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호주가 전체 석유제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12.1%로 중국에 이은 2위다.

동남아 수출도 늘리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의 1~3분기 대(對)베트남 수출량은 2023만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의 2배에 육박한다. 필리핀 수출량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7% 증가하며 큰 폭 상승했다. 정유 업체들은 동남아 지역 마케팅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0월부터 싱가포르에 윤활유 'Kixx'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는 베트남에서 자동차공학과 학생과 정비사들이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응원하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잠재적인 윤활유 고객들을 겨냥한 것이다.

수출 대상국 최근 3년 새 22국 증가

국내 정유업계는 최근 몇 년간 수출 지역 다변화에 힘써왔다. 중국 등 몇몇 국가에 수출이 편중될 경우 생기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2013년 48국이었던 석유제품 수출 대상 국가는 2014년 56국, 2015년 68국, 지난해 70국 등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SK이노베이션에서 올 들어 수출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는 앙골라다. 1~9월 SK이노베이션 석유제품 수출에서 앙골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2.3%로 중국·싱가포르에 이어 3위에 오르며 순위가 작년보다 두 계단 올라섰다. 다변화 전략에 힘입어 전체 수출이 증가하면서 정유 4사는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였던 작년 실적(7조9513억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제품이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중국이 정제 능력을 늘리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수"라고 말했다.

김승범 기자(sb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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