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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동부대우전자 새 주인… 중국·이란·터키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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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1조원대의 국내 3위 가전업체 동부대우전자가 외국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이 커졌다. KTB프라이빗에쿼티·유진자산운용 등 이 회사의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들은 '경영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재매각한다'는 인수 당시 계약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지분 매각에 나섰다.

인수전에는 가전업체 대유위니아와 의류업체 글로벌세아, 중국 메이디그룹, 이란 엔텍합인더스트리얼그룹, 터키 베스텔 등 국내외 다섯 업체가 뛰어들었다. 하지만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이달 초 대유위니아의 인수 조건이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에서 제외하면서 사실상 해외 업체 3곳이 동부대우전자의 새 주인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됐다.

대유위니아 협상 대상에서 배제

대우전자의 가전·영상 사업 부문으로 출발해 외환 위기 이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존속했던 동부대우전자는 2013년 동부그룹(현 DB그룹)과 FI 연합이 인수했다. FI들은 인수 대금(2750억원) 중 1350억원을 대고 지분 45.8%를 확보했다. 여기에 동부그룹이 2016년까지 순자산 규모를 180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지 못하거나 2018년까지 기업 공개(IPO)를 하지 못할 경우 동부그룹이 가진 지분(54.2%)을 포함해 지분 전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동부대우전자는 매출이 2013년 1조7118억원에서 지난해 1조5422억원으로 떨어지고, 지난해 말 순자산이 1600억원대로 줄어들면서 올해 7월 매물로 나왔다.

조선비즈


매각 주관사 NH투자증권은 입찰 기업 가운데 연말까지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내년 상반기 중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응찰 기업 중 국내 기업인 대유위니아는 기존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유상증자를 통해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가져가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인수 후보에서 일단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존 FI들은 자기들의 지분을 매각할 수 없게 된다. 의류업체 글로벌세아는 가전 산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세 업체는 모두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형 가전업체 메이디는 최근 일본 도시바의 가전사업부, 로봇 업체인 독일 쿠카와 이스라엘 서보트로닉스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 최대 가전업체 엔텍합은 국내 사모펀드 웨일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터키 가전 시장 강자인 베스텔은 "동부대우전자 광주광역시 공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경영 정상화 때까지 고용을 모두 승계할 것"이라고 약속할 정도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생존 위한 몸부림

해외 주요 가전업체들이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에 적극적인 것은 동부대우전자가 대우전자 시절부터 전 세계에 구축해놓은 브랜드와 탄탄한 영업망 때문이다. 동부대우전자는 해외에 생산·판매 법인 14곳과 지사·지점 20곳을 갖추고 있으며 100여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멕시코·칠레·알제리 등 중·남미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현지 업체 및 글로벌 가전업체들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신흥 시장에서는 1990년대부터 동부대우전자가 구축한 '대우' 브랜드 파워가 아직도 강하다"고 말했다.

회사의 미래를 두고 인수전이 벌어지는 동안 동부대우전자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는 거의 중단됐지만, 그 공백을 지역 맞춤형 가전제품 개발로 메우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얇고 화려한 문양의 현지 의상 '바틱'을 자동 세탁할 수 있는 '바틱 케어 세탁기'를 출시해 최근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이란에는 히잡을 세탁할 수 있는 코스가 들어간 드럼 세탁기를 수출한다. 세탁조를 시계·반시계 방향으로 각각 2회 회전시켜 코란에 나와 있는 세례 의식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매각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대로 충실히 영업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필 기자(p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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