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은 자존감 없는 사람이 사용 / 자존감 없으면 지도자 자격 없어 / 독불장군 행동 ‘덕없는 정치인’ 평 / 원내 활동 개입 공언, 무리수 지적
어떤 정치인들은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여론의 주목을 받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 막말 정치인으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꼽힌다. 홍 대표의 막말 퍼레이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5·9 대선기간에 “에라 이 도둑놈의 XX들이 말이야”, “(홍준표를)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랄을 한다” 등의 막말로 국민의 반감을 샀다. 이어 당 대표가 된 그는 ‘친박(친박근혜) 청산’과정에서 친박을 ‘바퀴벌레’로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친박 의원들을 향해 “고름, 암덩어리를 도려내는 수술을 해야 우리는 살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 막말은 당내 역풍을 불러왔다. 나경원 의원은 “(홍 대표의 발언은) 혐오감을 주는 말씀들”이라며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의 말에 품격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막말로 인한 품격 논란에 대해 “암덩어리가 맞지, 그럼 ‘암덩어리님’이라고 하면 되겠나”라며 “품격을 사람을 재단하는 가치기준으로 삼는 것은 할 일 없는 분들이 하는 이야기여서 전혀 신경을 안 쓴다”고 반박했다. 그는 막말이 서민적인 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민들은 삶이 녹아 있는 말을 하지만 막말을 하지 않는다. 막말은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홍 대표는 말이 많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설화가 많다. 최근에는 홍 대표가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원내대표 시절 자신의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에 대해 말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2015년 성완종리스트로 수사를 받게 되자 ‘특활비 일부를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특활비로 야당 원내대표 등에게 국회 운영비를 지원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그는 다시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국정원 특활비 논란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자 이를 피해 나가려다 말이 꼬인 것이다.
말이 많으면 화(禍)를 면치 못하고 근심이 많아진다. 막말이 머리에 떠오를 땐 입을 굳게 닫아야 한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이 홍 대표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홍 대표는 종종 독불장군 같은 행동으로 ‘덕이 없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5·9 대선 전에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행을 타진하던 12명 의원이 홍 대표를 만나고 난 뒤 일제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한 의원은 “당시 참석자들은 홍 대표가 당의 도움 없이 자신의 경쟁력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자부하는 대목에서 ‘덕이 없는 정치인(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을 피해 나오려는데 여기에도 덕이 없는 정치인이 또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고 소회했다. 홍 대표 개명을 놓고 홍 대표와 진실공방을 벌였던 이주영 의원은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 |
공자는 정치를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고 설명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찾아오게 하는 것이란 뜻이다. 그런데 홍 대표는 동료를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으로 덕장(德將)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친홍, 비홍으로 갈라진 당의 화합, 나아가 보수통합을 위해선 홍 대표에게 ‘포용의 리더십’이 절실해 보인다.
그는 차기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원내 활동에 개입하겠다고 최근 공언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역할은 엄연히 분리됐음에도 자신이 원내 정치까지 맡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에 대해 “그전에 원내대표가 내 말을 잘 안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내 말을 잘 듣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천박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과욕은 무리수를 낳는 법이다. 홍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1년 공천과 관련해 최고위원들과의 타협에 실패해 당 대표직에서 쫓겨났던 ‘굴욕의 기억’을 되새겨볼 만하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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