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주 출마 로이 무어
향후 국정운영을 고려한 정치적인 접근법 못지않게 로이 무어(70·사진) 공화당 후보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는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무어는 지난 9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로 확정됐을 때만 하더라도 공화당 텃밭에서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지지를 받던 인물을 물리치고 후보로 선출됐다. 무어는 극우 보수의 ‘아이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적극 지원했던 인물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에 맞서며 후보 자리를 꿰찬 그의 경선 승리는 강렬했다. 그에 맞서는 민주당의 더그 존스 후보는 무어의 승리를 위한 조연 역할만 소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상황 변화는 앨라배마주 검사보 시절 10대 소녀를 추행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급격하게 전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9일 무어가 검사보로 활동한 1979년 자신의 집에서 1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후 1991년엔 28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동성애와 다른 종교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지닌 무어의 일탈 의혹에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무어는 공화당 텃밭에 출마했지만 다수 여론조사에서 존스 후보의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공화당으로서는 까딱 잘못하면 텃밭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 무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까지 사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마뜩잖은 상황이다. 야당에 의석을 내줄 수 없기에 무어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두둔하고 있지만, 야당 정치인을 향한 거센 비판과 비교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내로남불’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어의 과거 행적도 도마에 올랐다. 두 차례에 걸쳐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을 지낸 보수적 성향인 무어의 정치권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6년과 2010년 두 번 앨라배마 주지사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공화당 경선에 나섰지만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다. 정치권 진입에 실패한 무어는 2013년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이 됐지만, 2016년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허용 방침에 반기를 들면서 직무정지 상태에 처했다. 앞서 2001년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으로 임명됐다가 2003년 물러났던 과정을 반복했다. 불명예스럽게 앨라배마주 대법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무어는 지난 4월 세션스 장관의 취임으로 공석이 생기는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무어는 1992년까지 민주당 성향이었지만, 이후부터는 공화당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7년생인 무어는 1985년 결혼했다. 당시 나이는 38살이었고, 아내는 24살이었다. 둘 사이엔 장성한 4명의 자녀가 있다. 무어와 아내가 만나 결혼에 이른 과정에 여러 주장이 제기됐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를 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무어는 부인했다. 처음 만난 이래 두 사람은 1년 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다시 만났다가 그 이듬해 결혼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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