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코스닥 상승 랠리가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22일 코스닥은 장 초반 796.28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전날보다 8.48포인트(1.07%) 하락한 780.9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은 전날 하루 거래대금이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지난 14일부터 7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보다 거래대금이 2조원 안팎 많은 상태다. 그만큼 열기가 뜨겁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이오주가 주도해 온 급격한 상승세가 서서히 어깨를 누르기 시작했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제약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대로 성큼 올라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제약주 73개 종목의 시총 비중은 연초만 해도 17.3%(35조원)에 그쳤으나 지난 21일 현재 27.7%(77조원)로 급증한 상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은 업종 분류상 제약주에 속하지 않지만 제약·바이오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포함시켜 계산한 결과다. 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주가 상승률 10굿 중 7곳이 앱클론, 셀트리온제약, 신라젠 등 바이오제약 업체다. 텔콘(전자장비), 한국테크(태양광), 지엔코(의류) 등 3곳만 바이오주가 아니었다.
이날 코스닥이 모처럼 약세로 전환한 것도 바이오주 조정과 관련이 깊다. 대장주인 셀트리온이 3% 이상 하락했고 '바이오 광풍'의 주인공 신라젠은 거래대금이 1조3000억원을 넘은 가운데 13% 넘게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차익실현 시기를 놓고 투자자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팔자니 코스닥시장 활황 기대감이 여전하고 더 사자니 '꼭지' 부담이 작용하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관은 이달 7일부터 7거래일 동안 1조383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코스닥이 급등하면서 단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단기 급등한 바이오 관련주에 함몰되지 말고 투자 시계(視界)를 넓고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의 이달 순매수 상위 10위에는 셀트리온, 바이로메드, 인트론바이오 등 바이오주 외에 비에이치, 서울반도체, 에스에프에이, 실리콘웍스 등 정보기술(IT) 관련주가 포함됐다. 2차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반도체 부품주 등으로 기관과 외국인들은 이미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몰캡 전문가인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관과 외국인은 시총 상위 종목 위주로 쓸어 담는 경향이 있어 바이오 대형주 비중은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실적이 뒷받침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OLED 등 IT업종으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2차전지, 에너지, IT 부품주 쪽으로 시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바이오주 바통을 게임주가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혁신 생태계 창출 방안을 보면 게임주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에서는 엔씨소프트, 넷마블이고 코스닥으로 오면 웹젠 등 게임업체가 고용 창출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으로 보인다. 게임주는 최근 실적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은 연말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 김 연구원은 "12월엔 휴가 시즌으로 외국인 수급이 약한 편이고, 연말에 양도세 문제로 대형 투자자가 매도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경우도 단타 성향이 강한 아시아권 자금도 많이 유입되고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며 "코스닥의 수급적 측면에서 바이오 업종의 미래를 보고 장기투자에 들어갔는지, 단기투자에 그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대적으로 장기투자 성향을 가진 외국인들이 바이오주를 국내 코스닥의 대표 업종으로 분류하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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