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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기자수첩]구조조정 총대 메고도 손가락질 받는 유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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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들어가는 딜에는 참여 안 할 겁니다.” 최근 유암코가 참여한 기업 공개매각 과정을 지켜본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단호한 말투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압도적 자본력으로 시장가를 훨씬 뛰어넘는 가격을 쓰는 유암코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유암코가 소리소문없이 인수합병(M&A)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페이퍼코리아 인수 등 1000억원대 딜을 성사시킨 것은 물론 성우엔지니어링 등 백억원대 매물도 사들이며 체급에 관계없이 공격적인 인수를 하고 있다. 민간 PEF 운용사였다면 호평을 들을만한 일이겠지만 공공성을 띤 유암코엔 이런 행보가 손가락질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최근 참여한 STX엔진 인수과정에서 이런 비난은 극에 달했다. STX엔진 몸값에 대한 시장 내 암묵적 합의보다 높은 입찰가를 써낸 유암코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연내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유암코에 기업 구조조정본부를 설치하며 “구조조정을 현행 채권은행 주도에서 민간 주도 틀로 전환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STX엔진 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이는 공수표가 될 확률이 높다. 구조조정시장을 민간화 하기는커녕 시장이 짜놓은 판을 뒤엎는 격이다. 유암코가 구조조정시장에 나서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워크아웃을 겪는 대부분 기업 주채권단은 산업은행인데 산은은 유암코의 주주다. 기업 체질을 개선하려면 주인이 확 바뀌어야 하는데 산은에서 유암코로의 이동은 절반만 바뀐 셈이라는 지적이다. “왼손에 쥐고 있던 걸 오른손으로 옮기는 것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시장만능주의를 경계하는 측에선 `유암코가 적절히 개입하는 게 맞다`고도 한다. 옳은 말이다. 다만 이를 지금과 같은 유암코의 M&A 참여가 적절하다는 평가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유암코 측은 “딜을 과도하게 한다는 비난은 알고 있다”면서도 “고성조선해양 같은 경우 한번 유찰된 딜에 참여해 기업을 살려놓는 등 공적인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암코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면 고성조선해양과 같이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망가진 기업을 사들여 이를 탈바꿈시킨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덩치만 키우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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