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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초중딩 ‘코포자’ 마케팅,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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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17시간, 중학교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34시간 이상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핵심역량으로 소프트웨어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교육 중에서도 코딩(coding) 교육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코딩 교육이 의무교육 과정에 도입되었다. 하지만 교육 내용과 평가 기준, 교사 수급 문제 등 미비한 점을 보완하지 않은 채 서둘러 시행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코딩이란 주어진 명령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입력하는 것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뜻의 ‘프로그래밍’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된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만 좁혀서 보면 안 된다. 교육부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코딩 기술 습득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기본원리 이해를 통해 컴퓨팅 사고력과 논리력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증진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존의 컴퓨터 교육이 컴퓨터 활용 능력 중점이었다면 코딩 교육은 학생이 어떤 프로그래밍을 해볼까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고 작동해보는 것을 추구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또다시 고민하고 함께 의논하며 완성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논리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기르게 된다. 아이들 수준에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즉각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을 쌓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반면, 코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도 문제다. ‘코포자’(코딩 포기자)라는 불안 마케팅으로 사교육 시장이 증가하면 또 다른 사교육 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까지 초등 교사 6만명과 중등 정보·컴퓨터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해 교사의 소프트웨어 교육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사의 전문성과 수급 문제에 대한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코딩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대표적 블록형 언어 프로그램이 ‘엔트리’와 ‘스크래치’인데, 내년에 배울 중학교 소프트웨어 교과서 15종 가운데 14종이 엔트리 프로그램만을 활용해 코딩을 설명하고 있는 것도 지적된다.

한겨레

코딩 교육은 가상·증강 현실, 로봇,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 분야 역량 향상의 기반이 된다. 디지털 세상에서 일상을 보내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소통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시대 모든 소통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곧 코딩이다. 새로운 교육 내용이 들어올 때는 어김없이 문제점이 발견되고 비판이 제기됐다. 시작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변화의 물결을 막아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취지와 비전을 보지 않고 입시의 관점으로만 보는 점이 아쉽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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