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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집에 가도 된다” VS “불안해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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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포항시-주민 안전점검 갈등

포항시, 대성아파트 일부 귀가 조처에

주민들 “육안 검사론 불안해 못 들어가”



한겨레

20일 저녁 7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A동(왼쪽)과 B동(오른쪽) 일부 집에 불이 켜져 있다. A·B동 사이로 기울어져 있는 D동 건물이 보인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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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린 20일 저녁 7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D·E·F동은 깜깜했다. 이 3개 동에 모두 170가구가 사는데, 불이 켜진 집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이 아파트 A·B·C동은 21가구에 불이 켜져 있었다. 이 3개 동에는 모두 90가구가 산다. A·B·C동과 D·E·F동은 너비 4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지난 15일 지진으로 D·E·F동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밤 풍경이 이렇게 대조적인 것은 양쪽이 안전검사에서 다른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A·B·C동 주민들에게는 ‘당장 들어와 살아도 된다’고 알렸다. 반면 D·E·F동 주민들에게는 ‘붕괴 위험이 커 철거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공무원과 한국시설안전공단·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대한건축사협회 소속 전문가들이 함께 구조물 육안 안전진단을 해서 이런 결론을 냈다.

포항시는 지난 19일 대성아파트 A·B·C동을 포함해 아파트와 연립주택 10곳의 주민들에게 ‘집에 들어가도 된다’고 알렸다. 이 말에 일부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른 일부 주민들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임시 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지난 15일 지진 이후 매일 여진이 이어져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눈으로만 확인한 안전점검은 믿을 수 없다”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대성아파트 A동에 사는 한아무개씨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남산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에 계속 머물고 있다. 그는 “같은 아파트인데 이쪽 동은 안전하고 저쪽 동은 철거한다는데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전하다고 믿고 싶지만 그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서울대 건축과 교수는 “육안검사로도 파손된 부재(골조를 구성하는 재료)가 안전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 부재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전제는 육안검사를 하는 전문가가 구조설계 전문가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검사 결과에도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자 포항시가 설득에 나섰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날 오후 포항시청 브리핑룸을 찾아 “피해가 집중된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과 협의해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 특히 중앙부처, 경북도와 협조해 안전진단 전문 인력을 30명에서 130명으로 대폭 늘려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 건축과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피해 신고가 들어온 건물을 돌며 육안 안전검사를 해서 내놓은 의견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통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건물은 한달이 넘게 걸리는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접수된 주택 피해 신고는 20일 오후 6시 현재 6160건이 넘었다. 경북도는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흥해공고(400명), 남산초(233명), 기쁨의 교회(284명) 등 9곳에 주민 1084명이 대피해 있다고 밝혔다.

포항/임재우 김일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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