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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방과후학교, 학교 넘어 마을이 함께 해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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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방과후학교의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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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도봉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황토건축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황토 블록으로 건물 모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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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서울 도봉구에 있는 도봉초등학교. 오후 2시30분 정규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방과후4실’로 모여들었다. ‘황토건축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종탑, 풍차, 다리, 성 등을 완성해갔다. 도면을 보고 천연황토로 만든 블록으로 직접 건물 모형을 만드는 방과후 수업이다. 아이들은 익숙하게 모르타르와 물을 개어 접착제도 만들었다. 옥수수전분과 모래를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 심유진(2학년)양은 “이런 수업은 처음이다. 작은 성을 만든 게 좋았다. 벽돌을 단단하게 붙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다 만들고 나니 뿌듯했다”고 했다.

지자체 나서 방과후학교 주관
도봉구 관내 5개 학교 신청받아
구청이 강사 섭외, 프로그램 운영
민간위탁했던 학교들 고민 덜어
학교끼리 ‘교차수강’ 등도 가능해
마을-학교 교육공동체 의미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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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도봉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황토건축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황토 블록으로 건물 모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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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초는 현재 방과후학교 운영을 도봉구에 맡기고 있다. 구청은 올해 3월부터 도봉마을방과후활동운영센터를 세워 방과후 프로그램을 시범운영 중이다. 지자체가 ‘공공위탁’ 형식으로 주관하며 기존 방과후학교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질 관리까지 맡는 데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현재 구청에 방과후학교를 위탁 신청한 관내 학교는 도봉초를 포함해 방학초, 신방학초, 월천초, 방학중 5곳이다. 학교당 평균 25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방과후학교를 주관하게 된 데는 학교가 기존 방과후학교 제도를 전담하기 어려운 사정 탓이 크다. 개별 학교가 방과후학교를 주관하면 담당교사가 관련 업무에 치여 강사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학교들이 업체에 위탁해 강사 섭외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업체에 위탁할 경우, 교통이 좋지 않은 곳에 있는 학교는 업체들이 들어오려 하지 않는 일도 일어난다.

학교마다 들쭉날쭉한 강사비와 운영 방식 탓에 방과후학교 강사들 사이에서는 실력이 있어도 “업체나 학교 쪽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강의하기 어렵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민간업체는 계약만 따내고 강사비 수수료를 떼간다. 서울시교육청은 업체와 입찰계약 시 수수료를 20% 이상 못 떼게 조건을 내걸었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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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도봉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황토건축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황토 블록으로 건물 모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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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의 경우, 학교와 마을이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구청이 강사 섭외와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직접 맡되 중간에 강사를 충원해야 할 경우 학부모와 학생의 수요조사를 통해 강좌를 정하고 학교 방과후부장교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강사를 선발하기도 한다. 올해 학교와 계약했던 기존 강사들은 그대로 고용승계를 했고 내년부터는 구청이 강사 선발도 직접 할 계획이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학교 관리를 하면서 신청 학교들 사이에 교차 수강도 할 수 있게 됐다. 교육부의 ‘방과후학교 길라잡이 지침’에도 교차 수강신청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다른 학교 프로그램 내용을 접하기는 힘들다. 관심이 있어도 개인이 원하는 학교의 가정통신문을 알음알음 구해서 봐야 하는 상황이다.

도봉구는 신청 학교 모든 프로그램이 담긴 안내책자를 만들어 학부모들과 학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가령 신청 학교 가운데 교내 수영장을 갖춘 곳이 있다면 바로 옆 학교 학생들도 신청해 멀지 않은 곳에서 생존수영 등을 배울 수 있다. 학교별로 특색 있는 시설이 있으면 서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도봉초 권용운 교장은 “지금은 학생이 교차 수강을 신청하면 부모가 직접 해당 학교에 데려다줘야 한다. 두 학교가 가까운 곳에 붙어 있지 않는 이상 개별 학생의 이동까지 책임지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내 방과후학교 순회버스를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학생의 프로그램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와도 맞고 이동 시 안전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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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완성한 건축물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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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국 도봉마을방과후활동운영센터장은 “마을과 학교가 협력하면 시너지가 날 텐데 현재 학교는 교육청, 마을은 지자체에서 관할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가 분리돼 있다. 도봉구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통해 마을과 학교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고 했다. 지자체가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초등 방과후와 아이들 돌봄을 맡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방과후 프로그램 80~90%가 특기적성 위주의 비교과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박 센터장은 “다른 학교들도 위탁 운영 신청을 하고 싶어한다. 단순히 학교 업무를 가져오는 차원을 넘어 교육의 공공성을 살리고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현재 프로그램 운영이나 강사 선정은 도봉구가 맡지만 스쿨뱅킹 결제를 통한 회계, 자율수강권 정산, 교육비 소득공제 등은 여전히 학교 행정실 몫이다. 방과후강사노동조합 김용연 사무국장은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고 운영하는 건 괜찮은 시도인데 이를 이상적이라고 볼 순 없다. 현 방과후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전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방과후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는 하루 3시간 정도 일하는 봉사직에 가깝다. 이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하기만 해도 학교 부담이 줄어 웬만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광주광역시교육청의 경우 학교가 민간위탁을 하지 않고 하루 4시간 근무하는 비정규직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다. 그 정도만 해도 학교 업무는 훨씬 경감이 된다고 한다. 그는 기존의 수익자 부담이 아닌 지자체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방과후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등의 방법도 제시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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