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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법원 "잘못된 설명에 보험금 포기? 번복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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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태아보험' 가입자 보험금 청구에 잘못된 설명으로 합의했다면 취소 가능]

머니투데이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보험사고'가 아니라는 보험사 측의 잘못된 설명을 듣고 보험금을 포기하겠는 각서를 써줬다면 각서 서명 당시의 합의를 취소하고 다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오상용 서울중앙지법 209민사단독 판사는 2010년 7월 딸을 출생한 A씨가 현대해상화재를 상대로 2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 소송에서 현대해상으로 하여금 A씨에게 1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0년 7월 딸을 출생하기에 앞서 같은 해 2월에 '태아보험'에 가입했다. 태아 상태였던 딸이 보험 기간 중 상해를 입었을 때, 조혈모세포 이식시술 등을 받았을 때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설계된 상품이었다.

제왕절개 시술로 태어난 A씨의 딸은 첫 울음을 하지 못하고 자극을 줘도 반응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A씨의 딸은 출생 과정에서의 태변 흡입이나 신생아 응급처치 과정에서의 사고 등 이유로 호흡곤란을 겪게 됐고 결국 뇌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의 딸은 이동, 음식물 섭취, 배변·배뇨 등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곤란을 겪는 장해상태가 됐다.

이에 A씨는 2014년 현대해상에 딸이 상해를 입었음을 원인으로 하는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현대해상은 이를 거절했다.

현대해상의 의뢰를 받은 손해사정사는 "딸이 출생과정에서 당한 '사고'는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를 믿은 A씨는 '보험사의 면책처리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각서에 서명을 했다. 그러나 A씨는 2015년 11월 현대해상에 보험금 지급을 다시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해상은 "A씨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를 해놓고서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판사는 "딸의 사고가 '보험금 지급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안내를 받고 A씨가 합의를 한 것"이라며 "A씨는 착오를 이유로 당시 합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 현대해상의 주장을 물리쳤다.

또 현대해상은 "A씨 딸이 입은 사고는 순수한 의료행위에 의한 결과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를 의미하는 보험사고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판사는 "A씨 딸의 뇌손상은 태아곤란증(분만 중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나 출생과정에서의 태변흡입 증후군, 출생 이후 신생아 응급처치 과정에서의 사고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이는 통상적 분만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고 A씨 딸의 뇌손상은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오 판사는 현대해상이 A씨에게 다른 특약을 이유로 미리 지급한 1000만원을 공제하는 것을 비롯해 A씨가 보험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데 따른 할인액(미래가치 삭감분) 등을 감안해 현대해상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1억8000만원으로 산정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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