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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수능 다시 D-3… 평상심 유지가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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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일정 꼼꼼히 확인… 논술, 기출문제로 실전 연습]

수능형 생체리듬 만들어나가야

새 문제 풀기보단 취약 부분 보강

스마트폰·SNS 멀리하는게 좋아

"수능 시험장에 가져갈 준비물을 챙기고 잘 준비를 하다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기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간 '꿈'인가 싶었다. 며칠간 '이제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수능을 준비했는데,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더라. 잠도 잘 오지 않고 목요일 하루를 멍하니 보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억지로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하니 집중력이 조금씩 돌아왔다. 수능일까지 공부보단 컨디션 유지에 집중할 생각이다." (한진호·가명·19·재수생)

"수능 전날에도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초조했는데, 일주일 연기돼서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기회가 생겼다'는 기분으로 공부하고 있다. (수시 지원했는데)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넘겨서 올해 꼭 합격하고 싶다." (김재인·가명·고 3·서울 강서)

조선일보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은 오늘 두 번째 수능 D-3일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컨디션을 잘 유지하며 남은 기간을 취약점을 보강하는 기회로 삼아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수능 연기 발표 다음 날인 16일 오전 강원 춘천시립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고 3 수험생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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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올해 수능은 오는 23일(목)에 치러진다. 수능이 연기된 것은 지난 1994년 수능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학별 논술·면접 등 수시모집 일정이 일주일씩 늦춰진다. 내달 30일 시작 예정이던 정시모집 원서 접수도 내년 1월 6~9일로 변경됐다〈표 참조〉. 전문가들은 "일정만 달라졌을 뿐 전과 같은 상황이다. 당황하지 말고 남은 기간에도 지금까지 해온 것과 같이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맞은 '수능 D-3', 수험생·학부모는 어떻게 수능과 대입을 준비해야 할까.

◇'평상심' 유지가 관건… 스마트폰·SNS 멀리해야

교육부가 수능 연기를 발표한 후 수험생·학부모 사이에선 '혼란'과 '안도'가 교차했다. 무엇보다 수능에 맞춰 컨디션 관리를 해온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그간 수능 당일에 맞춰 쌓아온 리듬과 긴장감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라는 한탄이 쏟아졌다. 재수생 최모(21)양은 "1년 넘는 시간 동안 11월 16일에 맞춰 수능 준비를 했는데 갑작스러운 연기 발표에 모든 게 엉망이 됐다"며 "남은 기간을 또 어떻게 버틸지, 혹여 23일까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고 3인 김모(18)군도 "친구의 모의고사 문제집을 복사해 다시 공부하고 있지만 마음이 착잡해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앞으로 3일간 컨디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능 점수가 크게 달라질 것 같아 23일에 맞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을 미뤄달라는 제 기도를 들어주신 건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자 온 우주가 도와주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수험생은 "처음 수능 연기 소식을 접하곤 잠시 공황 상태에 빠졌지만, 곧장 '성적 향상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간 취약했던 과학탐구 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진학 지도를 담당하는 고교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에게 "불안하고 허탈한 마음, 들뜬 마음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안감 탓에 남은 기간을 허송세월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시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공부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정용관 스카이에듀 총원장은 "수능 연기는 모두에게 닥친 일로, 최상의 컨디션이 흐트러진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며 "침착하게 23일을 기준으로 수능형 바이오 리듬을 다시금 조절해 나가라"고 전했다.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등도 멀리해야 한다. 사상 유례없는 수능 연기 사태인 만큼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담'이 도는 등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가 술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지들의 걱정스러운 전화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메신저 등도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앞으로 미뤄지는 입시 일정 등 시험 관련 내용만 점검하고, 수능일까지 스마트폰을 멀리하라"고 조언했다. "향후 일정에 대한 섣부른 예측과 우려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 외부 상황과 상관없이 지금껏 해온 대로 반복 학습을 해야 합니다. 수능일까지 '누가 더 평상심(平常心)을 유지하느냐'가 수능 성패를 가리는 핵심이 될 겁니다."

컨디션 관리도 필수다. 특히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에서는 기온 차이로 인해 감기 몸살에 더 쉽게 걸릴 수 있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찬 바람을 조심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소장은 "평소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라"며 "공부하는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푸는 것은 건강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모의고사서 '틀린' 문제 집중 공략해야

이번 수능 연기 사태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수험생에겐 수능 학습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 며칠 더 생긴 셈이다. 각 고교에서는 학교 일정과 수업 시간표를 조정, 고 3 학생들의 수능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대처하고 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15일에 학생 대부분이 문제집을 버렸기 때문에) 16일 모든 교사가 총동원돼 문제집을 복사, 학생들에게 제공했다"며 "수능일까지 취약 과목·단원을 보강할 수 있도록 앞으로 3일간 교내에서 다양한 특강을 진행, 학생들이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했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기다. 취약 과목이 있다면 해당 과목 학습을 우선하고, 수시모집에 지원한 학생이라면 '수능 최저 학력 기준' 반영 영역을 중심으로 학습 계획을 짜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모의고사 문제를 다시 한 번 철저히 분석해 수능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고, 오답 노트를 다시 집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6·9월 모의고사 등에서 틀린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란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사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번 수능 연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고 당황했을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리듬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능까지 좀 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중·상위권 학생들은 지금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라 역전 기회까지 노려볼 수 있다. 오답 노트를 중심으로 시간대별 학습 계획을 잘 세워 실천하면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대치동 학원가엔 수능 연기 발표 당일 수험생 혼란을 노린 '특강' 프로그램(유료)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능이 3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불안한 마음에 이런 고액 특강에 눈을 돌리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강현 이강학원 대표는 "실제 수능과 같은 시간표로 실전과 똑같이 문제 풀이 연습을 하는 게 가장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학원 역시 "지금은 학원 특강을 듣기보다는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게 시간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대입 일정, 대학 홈페이지서 꼭 확인해야

대입 일정 변화에 따라 각 대학은 입시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학교 상황을 정비하고 있다. 우수영 서울시립대 입학처장은 "수험생은 날짜만 연기됐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남은 입시를 잘 대비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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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은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고자 홈페이지를 통해 '2018 수능 연기에 따른 전형 일정 변경 안내' 등을 공지하고 있다. 성균관대 등 각 대학도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논술고사 일정 변경안 등을 안내하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수험생은 지원 대학 홈페이지에서 전형 일정 변경 공지를 반드시 확인,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능 직후 시작될 논술, 실전 훈련해야

대학별 논술고사 일정은 일주일씩 연기됐다. 애초 수능이 끝난 직후 주말인 11월 18~19일 논술고사를 시행하기로 계획했던 가톨릭대·경희대·단국대(죽전)·덕성여대·동국대·서강대·성균관대·세종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울산대·한국산업기술대·한국항공대·한양대(에리카) 등이 25~26일로 시험을 미뤘다. 11월 25~26일 논술고사를 진행하려던 광운대·경북대·부산대·서울여대·연세대(원주)·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서울·글로벌)·한양대 등도 12월 1~3일로 순연(順延)했다. 아주대와 인하대는 12월 9~10일 치른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많이 혼란스럽겠지만, 변경된 일정에 따라 다시 차분하게 시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논술전형으로 대입 합격증을 거머쥔 선배들은 '기출문제를 활용한 실전 연습'을 강조했다. 김나연(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1)씨는 지난해 수능을 치르자마자 집으로 가 논술고사 준비를 시작했다. '논술전형에 꼭 합격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았지만, 이미 수능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터라 더는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다음 날 어떤 자료를 어떻게 압축해 공부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정도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준비는 다음 날 아침 시작했다. 오전엔 그간 공부했던 자료를 가볍게 훑어 보면서 논술에 대한 감(感)을 되찾는 데 중점을 뒀다. 김씨는 "대학별 논술고사는 일정한 방향의 답이 정해진 시험"이라며 "학교가 요구하는 논리와 구조를 체득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오후에는 답안을 한두 편 직접 손으로 써봤다. 그는 "글을 한 편이라도 완성해 보면 작문부터 시간 배분까지 다각도의 감각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논술고사까지 1~2주가 주어진 경우라면 시험 당일까지 20번 넘게 연습할 수 있다. 김씨는 "실전 연습을 많이 할수록 합격에 대한 확신도 커진다"고 조언했다.

수능 이후 학생들은 논술전형에 지원한 '논술파'와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한 '면접파'로 갈린다. 이때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뭉쳐 공부하면 효율적이다. 지난해 수시모집 원서 6장을 모두 논술전형으로 지원한 박지호(서강대 전자공학과 1)군은 논술고사 보는 친구들과 수능 다음 날 만나 함께 공부했다. 박군은 "수능이라는 큰 시험이 끝난 뒤 혼자 공부하면 온갖 잡생각이 들어 자칫 논술고사 준비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며 "비슷한 시험을 앞둔 친구들이 모여 공부하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막판에 봐야 할 자료는 각 대학 기출 및 모의고사 문제, 예시 답안이다. 이를 통해 대학이 장문·단문 중 어느 것을 요구하는지, 채점 기준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박군은 "수리형 문항은 답을 찾은 결과보다 답안을 써내려가는 논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예시 답안의 풀이 구조를 잘 살피고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교과서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논술 문제를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기 때문이다. 김병진 소장은 "교과서가 다루는 개념들을 전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최소 3년치 기출문제를 옆에 놓고 교과서 개념을 문제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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