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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단독]포항 지역 고3 수험생 80% 이상 “다른 지역에서 시험 치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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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에서 수능을 치르게 될 고3 수험생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응시하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경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이날 오후 포항 지역 고3 수험생 4300여 명을 상대로 시험장소 이전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기존 고사장 등 포항에 있는 시설을 이용한다’와 ‘포항 이외 지역 고사장을 사용한다’ 등 2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교육당국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및 카카오톡을 통해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설문조사에 응한 고3 수험생 중 80~90%가 포항 지역에서 수능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면서 “다만 남은 기간 동안 여진이 발생하지 않는 등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포항 지역 수능 고사장 12곳에서는 수험생 5523명(졸업생 588명·검정고시 83명 포함)이 시험이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고사장 12곳 중 3곳(영일고·세명고·포항제철고)을 제외한 9곳에서 건물 균열이나 벽면 파손 등의 피해가 났다. 9곳 중 3곳은 건물 피해가 비교적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포항 이외의 지역에서 시험을 응시하게 되면 컨디션 조절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존 고사장에서의 응시를 희망하는 것 같다”면서 “남은 기간 고사장 준비에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포항교육지원청 민방위교육장에서 고사장 변경과 관련한 비공개 토론이 열렸다. 토론에는 포항 지역 고교 교장과 고3 학생부장, 학교운영위원장, 교육부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 결과 기존 고사장을 사용하는 안과 고사장을 옮기자는 안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의견이 엇갈리자 토론에 참석한 일부 교원이 ‘학생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자’고 제안해서 설문조사가 진행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고사장을 옮기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었던 만큼, 수험생 다수 의견을 따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용욱 경북교육청 중등과장은 “포항 지역 기존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를 경우, 수능일이 임박해서 여진이 발생하는 등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또 다시 결정을 바꾸기 어렵다”면서 “또 대구 등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고사장을 만들어 시험을 치르게 하려면 수험생 이동에 버스 190~200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오랜 기간 고사장으로 쓰이지 않은 곳이 많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은 이동이 비교적 쉬운 포항 남쪽이나 인근 지역인 영천 등지로 시험장을 옮기는 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오는 18일까지 고사장 변경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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