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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포항 강진]포항 도시 전체가 ‘패닉'…“집에 있는게 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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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16일 진앙 진원지인 경북 포항은 패닉 상태에서 쉽지 벗어나지 못했다. 밤새 간헐적인 여진이 이어지면서 눈 뜬으로 밤을 보낸 포항시민들은 “더 강한 지진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측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지진 진앙 진원지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는 지진발생 당일부터 주민 800여명이 대피해 초겨울 밤을 보냈다. 이들 중에는 5층 짜리 건물 전체가 기울어져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흥해읍 마산리 소재 대성아파트 아파트 입주자들도 다수 있었다. 주민들은 무너진 담벼락과 계단, 건물 외벽의 낙하물을 치우는 등 긴급 복구와 주변 정리를 서둘렀지만, 언제 또 피해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남편·아들과 흥해체육관으로 대피한 손경숙씨(55)는 “(내가) 사는 3층 건물의 외벽과 계단에 균열이 많이 생겼다”면서 “밖으로 대피한 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시가 무서워 체육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수능 수험생인 동생과 함께 대피한 김윤정씨(22)는 “지진으로 집안의 유리창이 왕창 깨지는 등 엉망이 됐다”며 “일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안전할 것 같아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경향신문

일부 주민들은 어지러움과 두통, 가슴떨림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상황실에서 구급약품을 받아가기도 했다. 40대 후반의 한 남성은 “딸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속이 좋지 않다고 계속 호소해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밤새 여진이 여러차례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수시로 화들짝 놀라 체육관 구석진 곳으로 이동하거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약을 나눠준 포항시약사회 이문형 회장은 “지진을 경험한 주민들의 불안증상이 제법 오래갈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고, 내부 계단이 무너져 내리는 등 큰 피해를 본 흥해읍 소재 한동대와 선린대 학생 중 일부는 인근 기쁨의 교회에 마련한 임시대피소로 피했다. 신다인(21·한동대)는 “원룸에서 생활을 하는데 혼자 있기가 무서워서 교회로 왔다”면서 “여러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 학생은 “학교가 이번 일요일까지 휴교를 해 상당수의 친구들은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갈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아파트 2층 상가 건물과 아파트 내부 곳곳에 금이 간 피해를 본 포항시 북구 창포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중학교에 간이 천막을 치고 늦은 밤까지 머물렀다. 한 주민은 “여진이 계속 이어져 불안하다”면서 “상황을 지켜본 뒤 귀가 여부를 정해야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체육관·학교강당·교회 등 13곳에 모두 1500여명의 시민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주택 파손과 기울어짐 등으로 장기 대피가 필요한 시민도 2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날이 밝으면서 학교·교회·체육관 등지에 머물다 귀가한 시민들도 지진피해로 큰 생활불편을 겪고 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 15층 짜리 한 아파트 150여세대의 입주민들은 건물옥상의 물탱크에 균열이 생기면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인근 가게에서 생수를 구입해 사용했다. 주민 김영옥씨(54)는 “급수 차량이 오지 않았고, 수돗물 공급도 되지 않아서 부득불 생수를 여러통 구입해 양치와 세수를 했다”면서 “변기통의 물 내리기는 아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16일 지진 발생 이후 지금까지 중경상을 입은 시민이 모두 55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대부분은 병원치료를 받은 후 귀가했지만, 머리와 팔에 큰 상처를 입은 ㄱ씨(78·포항 북구 흥해읍)와 ㄴ씨(84·포항 북구 신광면) 등 10여명은 입원 치료중이다.

포항시는 사유시설과 공공시설을 포함한 전체 지진피해액을 69억1100여만원으로 잠정집계했다. 피해 중 사유시설이 1213건 45억1100만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는 이에따라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특별지원금 지원을 요청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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