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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초등학생 "점심시간, 우린 왜 40분?" 사이다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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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요한 줄 알아도 시간이 없다." 아동 놀이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 머니투데이 '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기획기사를 접하고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빼앗긴 시간을 돌려주려면 결국 교육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 성장의 중요한 열쇠인 놀이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부터 놀이를 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그 첫걸음으로 초등학교 시간표부터 바꾸자는 제안이다.

[[놀이가 미래다2- 초등학교 시간표를 바꾸자⑤-2]'학교, 놀이를 품다' 열띤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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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 중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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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주제로 한 토론회니까 놀이를 준비했는데요. 감동적인 말씀을 앞에서 해주셔서 놀기가 힘든 분위기네요. 모두 기지개라도 한번(웃음)" (오강식 교사, 전국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 대표)

14일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은 2시간 가까운 토론시간에도 흐트러진 청중을 볼 수 없었다. 뜨거운 발표·토론 열기 탓에 토론자로 참석한 오강식 교사가 "놀이가 우리 토론 주제"라며 분위기를 환기 시키자 그제야 편한 웃음이 터졌다.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130여명의 청중들은 토론자들과 함께 학교 안 놀이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 그중에는 멀리 강원도에서 온 학부모도 있었다. 준비한 자리가 모자라 상당수 참석자들은 추가로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국민의당)이 참석해 "현재 우리 교육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바로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착하게 할 뿐 깊고 멀리 보도록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에서 놀이를 활성화해 아이들의 자율성, 창의성 등을 발현시키자는 게 유 위원장의 생각이다.

유 위원장은 "교문위 소속인 김세연(바른정당), 유은혜(더불어민주당), 염동열(자유한국당), 이동섭(국민의당) 의원 등이 후원한 이번 토론회에 위원장이 대표로 참석했다는 건 정부가 학교 안 놀이 활성화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주길 (국회가) 바란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정책 책임자로 교육부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이중현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축사를 보내온 박춘란 차관을 대신해 "교육부는 오늘 논의한 내용들이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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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은하수양이 대표 토론자로 발언하는 중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생 참석자의 당당한 발언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학생 대표 토론자로 나선 초등학교 6학년생 김은하수양(면동초)은 "학교에서 놀 시간이 거의 없다"며 "회사 다니는 이모의 점심시간은 1시간이고 저희는 어른들보다 밥 먹는 속도가 느린데도 점심시간이 40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른들은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하는 걸 당연한 권리라고 말씀하시는데 저희에게도 놀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부모들이 지나치게 안전에 신경 쓰다 보니 못 놀게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양은 "넘어져봐야 '이렇게 하면 넘어지는구나'하고 조심하게 된다"며 "우리는 스스로 세상을 알아가고 이겨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이 당차게 발언을 이어가는 중간중간 토론회장 곳곳에서는 감탄사가 나왔다.

김양에 이어 학부모 대표 토론자로 나선 오명화씨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씨는 "김양과 같은 나이의 딸이 있다"며 "김양의 말이 내 딸의 현실로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대학원생(아동가족학 석사과정) 최지예씨는 "김양의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며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설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양의 발언 전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한 참석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체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청중들이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어 토론 열기를 더했다. 예정된 질의응답 시간을 20분 초과했는데도 미처 발언하지 못한 참석자들은 토론회가 끝나자 곳곳에서 발표자, 대표 토론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전형규 전라북도교육청 장학사는 "9월부터 놀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토론회에 참석했다"며 "학생,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놀이 정책, 개념, 인식 등을 공유한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진달래 기자 aza@,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박치현 기자 wittg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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