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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전문기자 칼럼] 기초연금 혜택 연령, 65세보다도 더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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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엔 65세 이상 1000만명… 연금 예산 현재 두 배 20조 필요

대상 줄이거나 노인 연령 올리고 순차적으로 정년 연장 검토를

조선일보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1979년 10월 보건사회부의 차흥봉 사회과장은 러시아에 출장 갔다가 노인들이 버스 요금 감면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귀국 후 "사회주의 국가까지 노인을 공경하는 제도를 시행하는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도 노인우대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당시 보사부장관에게 건의했다. 보사부는 이듬해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시내버스는 무료, 열차·지하철 요금은 반값'이라는 경로우대제를 도입했다. 대상자는 70세 이상이었다. 동네 이발소와 목욕탕의 요금 등도 반값만 받도록 했다. 최규하 대통령 시절의 어수선한 정국 혼란기에 한국의 노인복지는 이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1984년 5월, 65세 이상은 모두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하철 등의 적자가 쌓이면서 무료 승차제가 도전받고 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다시 조정하든지, 예전처럼 다시 반값으로 돌아가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노인들의 반발을 딛고 적자를 해소하려면 혜택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에서 70세로 높여야 하지 않을까.

실제 노인 연령을 특정 나이로 규정한 법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노인회는 65세부터 회원 자격을 주지만, 노인복지관 이용은 60세부터다. 치매 검진은 60세 이상이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부터다. 국민연금은 수령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주택연금은 60세부터 가입해 연금을 탈 수 있지만 부부 중 한 명만 60세를 넘으면 된다. 이처럼 노인 연령은 재정 형편에 따라, 복지 혜택 대상자를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 제각각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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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8월22일 서울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기초연금, 생계급여 삭감 관련 기자회견 모습.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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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지하철 노인 무료 승차 문제가 먼저 불거졌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은 기초연금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올 예산이 무려 10조6000억원이다. 지하철 올해 노인 무료 승차 관련 적자액 5000억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돈이다. 어린이 복지 예산은 신생아가 줄면서 갈수록 줄어든다. 기초연금은 그 반대다. 65세 이상은 현재 707만명에서 2025년 1000만명으로 늘고, 2033년엔 1400만명으로 지금의 두 배가 된다. 연금 지급 액수도 내년엔 월 25만원, 2021년엔 30만원으로 오른다. 이 때문에 이번 정권 말인 2022년에는 기초연금 예산만 20조원으로 늘어난다. 대선에서 퍼주기 경쟁이 단군 이래 최대 복지사업으로 둔갑한 것이다.

모든 복지예산을 빨아들일 '블랙홀'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기초연금은 연령 조정이든, 대상자 축소든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차기 정권에선 한 해 28조원을 넘어 골머리를 앓게 될 게 뻔하고 세대 갈등의 진원지가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65세 이상이 유권자의 17%를 차지했지만, 차기 대선에선 다섯 중의 하나, 차차기 대선에선 넷 중 하나를 차지하게 돼 고령 유권자로부터 기초연금 관련 양보를 받아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하면 그 연령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게 필수다. 올해부터 생산인구가 줄기 시작한 한국이 20년 뒤에도 현재와 같은 생산인구를 유지해 성장하려면 생산인구 연령(15~64세)을 15~73세로 연장해야 한다. 정년을 현재 60세보다 무려 13년 늘려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일본처럼 노인 인구 비율 12~13%대에서 정년을 60세로 늘렸다. 일본은 2013년에 정년을 65세로 늘렸고, 대기업들도 "환갑을 맞은 직원은 5년만 더 다니라"고 권한다. 인건비가 현재보다 더 들겠지만,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제 5~6년 뒤면 취업연령층 젊은이가 급감해 기업들이 고령자 채용시장으로 눈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은 미래를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정부와 국민,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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