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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前정권 '국정원장 트리오' 초유의 동시 구속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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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활비 상납=뇌물' 판단… 박 前대통령 조사 계획]

남재준이 靑에 상납 시작했고 이병기는 혐의 상당부분 인정

이병호 가장 많은 금액 빼돌려

일각선 "과거 정권서도 관행… 뇌물 줬더라도 대체로 불구속"

검찰이 14일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상납했다는 혐의로 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건이 정점(頂點)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소환 조사 도중 이날 새벽 긴급 체포한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15일 중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한 정권의 국정원장 세 명에게 모두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젠 사실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만 남았다.

조선일보

검찰이 판단한 이 사건의 얼개는 박 전 대통령 요구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이 국정원 특활비를 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관련자 진술을 통해 국정원이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3년 동안 총 40억원의 특활비를 청와대 측에 상납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한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원장 등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전달해달라는 요구를 먼저 했고, 통치 자금의 일환으로 쓰인다는 생각에 주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정원 특활비를 건네받은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구속돼 있다.

이 수사는 국정원이 수사 의뢰를 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자체적으로 단서를 확보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전달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중요한 단서를 많이 제공해 수사가 탄력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 세 명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대해 "사유가 충분하다"고 하고 있다. 남 전 원장은 박근혜 정권 들어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시작했고,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장을 하다 바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갔기 때문에 특활비 제공에 인사 청탁의 목적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병기 원장 시절 청와대에 건네는 특활비를 매월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 또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가장 오랜 기간 상납을 해 구속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너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것을 뇌물로 보고 있다. 통상 뇌물 사건에선 뇌물 수수자를 무겁게 처벌하고, 공여자는 불구속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검찰 판단대로라면 이들의 특활비 상납은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정원장으로선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국정원 특활비 제공이 과거 정권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도 전후 사정 고려하지 않고 박근혜 정권 국정원장 세 명에 대해 싹쓸이하듯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벌이라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성과를 냈다는 걸 보여주려고 구속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끝나면 바로 박 전 대통령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이유와 과정, 용처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아직 청와대가 특활비를 어디에 썼는지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이재만 전 비서관 등은 특활비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용처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재판까지 거부한 상태에서 검찰의 추가 조사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자칫하면 검찰과 박 전 대통령 간에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보다는 구치소로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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