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 상납=뇌물' 판단… 박 前대통령 조사 계획]
남재준이 靑에 상납 시작했고 이병기는 혐의 상당부분 인정
이병호 가장 많은 금액 빼돌려
일각선 "과거 정권서도 관행… 뇌물 줬더라도 대체로 불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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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판단한 이 사건의 얼개는 박 전 대통령 요구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이 국정원 특활비를 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관련자 진술을 통해 국정원이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3년 동안 총 40억원의 특활비를 청와대 측에 상납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한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원장 등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전달해달라는 요구를 먼저 했고, 통치 자금의 일환으로 쓰인다는 생각에 주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정원 특활비를 건네받은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구속돼 있다.
이 수사는 국정원이 수사 의뢰를 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자체적으로 단서를 확보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전달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중요한 단서를 많이 제공해 수사가 탄력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 세 명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대해 "사유가 충분하다"고 하고 있다. 남 전 원장은 박근혜 정권 들어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시작했고,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장을 하다 바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갔기 때문에 특활비 제공에 인사 청탁의 목적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병기 원장 시절 청와대에 건네는 특활비를 매월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 또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가장 오랜 기간 상납을 해 구속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너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것을 뇌물로 보고 있다. 통상 뇌물 사건에선 뇌물 수수자를 무겁게 처벌하고, 공여자는 불구속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검찰 판단대로라면 이들의 특활비 상납은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정원장으로선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국정원 특활비 제공이 과거 정권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도 전후 사정 고려하지 않고 박근혜 정권 국정원장 세 명에 대해 싹쓸이하듯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벌이라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성과를 냈다는 걸 보여주려고 구속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끝나면 바로 박 전 대통령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이유와 과정, 용처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아직 청와대가 특활비를 어디에 썼는지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이재만 전 비서관 등은 특활비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용처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재판까지 거부한 상태에서 검찰의 추가 조사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자칫하면 검찰과 박 전 대통령 간에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보다는 구치소로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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