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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찬바람 불면 단맛… 밥상 위 '주연급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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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70] 배추김치

조선일보

한민족은 추워지면 단맛이 제대로 나는 아삭한 배추로 반식량(半食糧) 김치를 담가 겨울을 난다. 지금은 김치 하면 당연하게 배추김치를 떠올리지만, 배추는 20세기 전반까지도 귀한 식재료였다.

배추는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배추(崧)'란 시에 '청색 백색이 섞인 싱싱한 배추'로 처음 등장하지만 국이나 나물로 먹었다. 제철에만 나는 탓에 '천신(薦新·조선시대 종묘에 달마다 새로운 달거리 특산물을 바치던 일) 품목'으로 사용되었다.

배추로 담근 김치는 17세기 후반 문신 김수증(金壽增·1624~1701)의 곡운집(谷雲集)에 겨울 김치로 처음 나온다. 하지만 속이 차지 않는 비결구형 배추로, 줄기 사이가 성글어 양념 속을 풍부하게 넣어도 자꾸 빠져나오는 단점 때문에 김치로는 드물게 사용된다.

오늘날과 같은 속이 꽉 찬 결구 배추는 중국 산둥성에서 18세기 말 한반도로 건너와 19세기 초반부터 국내에서 재배됐다.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유배지 장기(경북 포항)에서 '파초 같은 배추잎을 볼 수 있을까. 서울 배추도 훈련원 밭의 것이 가장 좋다'(다산시문집 4권)며 서울 배추를 그리워하고 있다.

토착화한 조선 배추는 북에서는 개성의 반결구형이, 남에서는 서울의 결구형 배추가 인기를 얻는다. 특히 서울의 배추는 통배추 김치용으로 주로 사용됐는데 '방아다리 배추밧(밭) 훈련원 배추밧 구리안뜰 배추밧 섬말 배추밧'(1923년 11월 9일 자 동아일보)이 유명했다. 배추는 희고 달고 부드러운 줄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옥경(玉莖)' '은포(銀苞)' '옥홀(玉笏)'로 불렀다.

품종 개량과 동물성 젓갈 사용, 고춧가루, 부각, 잣 등의 다양한 부재료가 이용되면서 1930년대 이후 통배추김치는 김치의 주연으로 자리를 굳힌다. 1990년대 이후 도시화로 김장 문화가 사라지고 김치를 사계절 먹게 되면서, 품종도 가을배추·봄배추·고랭지 배추로 다양화된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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