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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맛집·상점 골라 넣어 건물의 가치 높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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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건물을 단순히 관리하는 건 가정부가 청소·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맛집이나 상업 매장 등을 구성해 건물 가치를 높이는 건데 이건 말하자면 보모가 아이를 키워주는 것과 비슷해요.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가는 보모 하기 나름이죠."

14일 만난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부문 총괄(전무)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상업시설 컨설팅, 기획, 임대·운영, 해외 브랜드 유치 등을 담당하고 있다. 김 전무는 "소위 '부동산(不動産)'은 무생물을 다루는 일로 취급하지만 여기에 상업시설을 넣고 건물의 색깔과 성격을 만드는 건 '동산(動産)'을 다루는 것과 같다"며 "땅과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고, 색깔을 입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가 기획한 대표 작품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옆 '디타워(D-tower)'다. 서울 도심 지역에 대규모 오피스 빌딩이 늘어나고 공실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디타워는 국내 최초로 지하가 아닌 지상 1~5층을 각종 카페와 맛집 등 상업시설로 채웠다. 덕분에 인근 오피스 빌딩은 주말에 오가는 사람 없이 텅텅 비지만 디타워는 평일·주말 상관없이 인파가 밀려든다.

조선비즈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 총괄이 식당과 카페 등을 기획해 ‘맛집 빌딩’이라는 별명을 갖게 한 서울 광화문 디타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는 "건물에 음식점 같은 상업시설을 집어넣는 것은 일종의 '돌탑 쌓기'와 같다"고 말했다. 각 돌의 성격을 파악해 어떤 돌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어떤 돌을 쌓느냐에 따라 성패(成敗)가 갈린다는 것이다. 디타워로 예를 들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을 주춧돌로 깔고, 대기업 외식 브랜드를 유치한 뒤, 매장 수는 많지 않지만 고급스러움을 표방하는 브랜드, 연트럴파크(서울 연남동)·가로수길(서울 신사동) 등에서 유명세를 떨치며 유행하는 실험적인 매장을 넣었다.

최근에 문을 연 여의도 테라스원도 그의 작품이며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와 대우조선해양, KB국민은행 본점 등도 그가 손을 대고 있다. 대규모 주차시설 등을 갖춘 오피스 빌딩엔 이런 상업시설이 주말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천이라 이득이다.

최근 빌딩마다 저층부에 '맛집'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다. 김 전무는 이런 변화가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바쁜 현대인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외식을 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즉석에서 사진을 찍은 뒤 스토리를 얹어 소셜미디어에 올립니다. 이런 사진과 스토리가 인터넷 공간을 날아다니면서 식음료(F&B) 시장이 급성장하는 거죠." 과거처럼 '입지'가 모든 걸 좌우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암시다. 창업을 하거나 매장에 임대인을 들일 때도 '임대료'가 아닌 '가치 증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김 전무는 "당장 임대료를 더 주는 매장보다 건물과 상권에 걸맞은, 주 고객이 맞아 떨어지는 매장을 여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상업시설은 '결혼'과 같아서 공간과 그 안의 콘텐츠가 잘 맞아떨어질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image071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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