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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삼당사락’ 실천했다간 성적 떨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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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찾아라! 내 공부법 49. 수면 관리하며 공부하는 법

한겨레

벌써 입동이 지났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요맘때, 감기와 함께 학생들을 괴롭히는 공부의 방해꾼이 있습니다. 바로 유독 쏟아지는 ‘잠’이지요. 요즘엔 일몰 시각이 오후 5시30분 안팎으로 일러지면서 밤이 참 길게 느껴집니다.

밤이 길어지면 수면 시간도 길어지는 게 자연의 이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해가 진 뒤에도 맘 편히 잘 수 없는 게 현실이죠. 새벽까지 불이 환한 독서실 창문들을 보면 자연의 섭리까지 거스르며(!) 공부하는 한국의 학생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맘 편히 겨울잠을 잘 수 있는 곰이나 너구리가 부러울 정도입니다.

잠과 공부, 참 공존하기 어려운 단어처럼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부모님 세대는 아마도 ‘삼당사락’(三當四落)이라는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3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4시간 이상 자면 대학에 뚝 떨어진다는 무시무시한 말이었죠. 이 말을 모르는 요즘 학생들도 수면 부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소위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학생들도 공부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쏟아지는 잠과의 승부를 꼽을 정도니까요. 잠을 줄이며 공부하는 열정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만, “여러분의 뇌에게 적당한 잠을 허하라”는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잠든 사이에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두뇌 회전을 돕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 8시 정도부터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 호르몬은 10시부터 급격하게 나오기 시작해서 새벽 2시에 정점에 달하고 새벽 4시까지 유지되다가 줄어든다고 하는군요. 이 구간에 숙면을 취하지 않으면 공부를 잘하게 하는 호르몬들을 다 놓치게 되는 셈이죠. 새 나라의 어린이가 9시부터 자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또한 수면은 장기 기억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학습의 성패는 의미 있는 장기 기억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단순 암기가 아닌 종합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수능 같은 시험은 더 그렇죠. 잠을 자는 동안 뇌는 학습한 정보를 기억으로 저장합니다. 기억을 맡고 있는 뇌의 조직은 우리가 잠자는 동안, 낮에 공부한 내용을 단기 기억 저장소에서 장기 기억 저장소로 옮긴다고 합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요. 수험생이야말로 충분히 잠을 자야 학습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런 사실들로 봤을 때 효과적인 수면 관리는 공부와 연관이 깊습니다. 적정 수면 시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가급적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는 자정을 넘기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게 좋습니다. 또한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죠. 여러분의 숙면을 방해하는 대표 요소가 야식과 스마트폰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서는 블루라이트(blue light) 파장이 나온다고 해요. 이는 숙면을 돕는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파장이죠. 전자기기를 즐기면 잠자는 시간을 쉽게 놓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수면 부족,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건강 악화, 의욕 상실 등 다양한 문제가 생깁니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지능지수가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었죠. 엠아이티(MIT) 타라 스와트 교수는 전자기기로 인한 수면 부족 탓에 지능지수(IQ)가 5~8점 준다는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잠자기 전 스마트폰을 즐겨 본다면 이 습관만큼은 꼭 고쳐보시기 바랍니다. 또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커피나 야식도 조금 자제하는 게 좋겠지요.

공부는 길고 긴 레이스입니다. 현명한 수면 관리로 건강도 지키고 공부 능률도 높여야 최종 승자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럼 오늘도 편안하게 주무시길 바랄게요.

박소정(<중학생 공부법의 모든 것>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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