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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후원금으로 직접 돕고 기본소득 실험까지…후원자들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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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기브다이렉틀리 재무최고책임자 조 휴스턴

케냐서 12년간 413억원 투입되는 사회과학실험 중

“기본소득 논쟁은 인간에 대한 보편·일반 질문

제3세계 케냐 연구 결과, 선진국서도 유용할 것”



한겨레

지난 9월2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 참석한 미국 인도주의 단체 기브다이렉틀리의 재무최고책임자 조 휴스턴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리스본/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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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도주의 단체 ‘기브다이렉틀리’(GD·지디)는 이름에서부터 ‘현금을 직접 준다’는 단체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2012년부터 아프리카 케냐·우간다·르완다에서 가난한 이들한테 현금을 휴대폰으로 직접 이체해주고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구입할 자율권을 주는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케냐 서부의 한 마을에서 기본소득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실험 대상을 200곳으로 확대한 본실험에 돌입한다. 9월2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서 12년간 전체 예산 3700만달러(약 413억원)가 소요되는 거대한 사회과학 실험의 재무최고책임자(CFO)인 조 휴스턴을 만났다.

휴스턴은 “9월말 현재 전체 예산 3700만달러 중 2700만달러를 조성했다”며 “부족분이 못 채워지면 실험군 가운데 일시불을 받는 수급자가 줄어들 수 있고, 기본소득을 12년 받는 실험군과 2년 받는 실험군은 수급자 숫자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지디는 본실험에서 세 개 실험군과 한 개 대조군을 설계했다. 첫번째 실험군 40개 마을은 12년간 하루 0.75달러 수준의 한달 생활비 2250케냐실링(약 22달러·2만5000원)을 기본소득으로 받는다. 두번째 실험군 80개 마을은 2년간 같은 금액을 기본소득으로 받는다. 세번째 실험군 80개 마을은 2년치 기본소득을 일시불로 받는다. 네번째 대조군 마을은 현금을 받지 않는다. 최대 수급자가 2만7000여명에 이른다. 기본소득 개념으로는 어린이한테도 지급해야 하지만 어린이는 제외했다. 휴스턴은 “예산 한계가 있는데다 제3세계 어린이를 지원했을 때 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아 연구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지디는 개인·단체 기부로 운영되는 단체다. 휴스턴은 “기본소득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부자 수천명한테 1인당 1달러에서 400만달러까지 기부를 받았다”고 했다. 특히 지디의 휴대폰 현금 이체에 관심이 많았던 실리콘밸리 기부자들은 기본소득 실험에도 열광했다. 휴스턴은 “그들은 기부와 기본소득이 ‘결혼’(결합)하기를 원한다. 자기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도우며 중요한 연구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디는 실험 결과 연구에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결과가 좋다면 전세계 기본소득 토론자와 정책 입안자들의 손에 사회과학적으로 검증된 근거 자료를 제공해 빈곤과 실업의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채택하도록 도울 수 있다. 지디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출신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를 포함한 독립적인 연구팀에 연구를 맡겼다. 휴스턴은 “활동가들이 정기적으로 수급가정·수급자·통제집단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출, 총자산, 꿈, 삶에 대한 생각, 교육 여부 등 핵심 데이터는 3시간가량 심층 면접을 통해 조사한다. 학교와 지역 공무원 및 마을 리더를 통해 결과를 조사하고, 키와 몸무게 변화 등 영양 상태 측정을 포함한 인류학적 측정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세계인 케냐의 실험 결과를 선진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스턴은 “기본소득과 관련한 논쟁들, 가령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일을 그만둘까? 투자를 하고 사업을 할까?’ 같은 건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질문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가 연구한 데이터가 유용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어 “만일 케냐에서는 수급자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았는데 캐나다 온타리오주 실험에서는 일을 그만둔다면, 서로 다른 두 사회에서 나타난 차이도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스본/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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