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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팀장칼럼] 한국선 대우 못받는 ‘한국산’ 바이오시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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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최근 만난 바이오 업계의 한 임원은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선 ‘잘나가는’ 한국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정작 한국 시장에선 대접받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해외에선 약효의 동등성 등을 인정받고 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의 성과는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실제 기업들의 실적이나 품목별 판매량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21억원을 달성한 셀트리온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95%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의 첫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는 지난 1분기 기준 유럽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의 42%를 점유하며 빠르게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의약품 조사 기관 IMS 데이터에 따르면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올 상반기 국내 매출액은 186억원, 램시마의 국내 매출은 8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보다 바이오 시밀러의 점유율 확대 속도가 더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브렌시스의 올 상반기 국내 매출은 4억원에 그쳤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인 화이자 ‘엔브렐’의 국내 매출은 90억원 수준이다. 브렌시스의 점유율은 약 4.2%에 불과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달 초 브렌시스를 포함한 바이오시밀러 2종의 독점 판매권을 유한양행에 맡겨야 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한국산 바이오시밀러가 국내에서 기를 못펴는 것은 한국 정부와 의료 기관이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적극 권장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오리지널과의 특허 분쟁으로 바이오시밀러 발매가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을 위한 법(BPCIA)’을 제정, 특허 분쟁 조정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의 경우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가 2015년 바이오의약품 사용 가이드라인을 개정, 바이오시밀러를 우선 처방할 것을 권고한 데 이어, 바이오시밀러 처방률 제고를 위한 산업무역기구를 출범시켰다.

선진국들이 바이오시밀러 장려 정책을 펴는 것은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환자의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해서다. 보통 오리지널 가격의 약 70% 수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활성화하면 보험 재정 부담은 물론, 가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글로벌시장 전문조사기관 IMS리서치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2020년까지 전세계 의료비는 최대 1100억 달러(약 123조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문재인 케어’를 추진 중인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의료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선진국들이 국가 의료재정 부담을 어떻게 낮춰 나가는지 꼼꼼히 들여다 보고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가 푸대접 받는 것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김민수 정보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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