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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여의도토크] 법인세 ‘25%’의 전쟁, 올리겠다는 與· ‘불가’ 외치는 野…왜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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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25%는 부자·대기업 감세 종식·노무현 정부 복원”
‘참여정부 정책’vs‘법인세 감세’…민주vs한국 ‘정치명분 싸움’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을 심의할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오는 13일부터 심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총 8회 간 회의에서 법인세, 소득세, 종교인 과세 등의 주요 개정 방향이 이달 중 결정돼야 한다는 얘깁니다.

특히 각종 세법은 정부의 세출(稅出)예산안의 근간인 세입(稅入)예산이기 때문에 세법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 확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회 안팎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둘러싼 공방이 세법 심의 순항을 결정짓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을 25%로 상향조정하겠다는 법인세 개정안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증세안의 핵심입니다. 이에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 여당의 법인세 증세안에 맞불을 놓기 위해 법인세 인하 법안을 제출하며 ‘각(角)’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조세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출한 법인세법 개정안에 호의적이지는 않습니다 현행 법인세 과세구간은 2억원 이하,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0억원 초과인데,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만들기 위해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라는 새로운 과세구간을 만들었습니다. 법인세 과세구간이 3단계에서 4단계로 늘어난 것이죠.

조선비즈

법인세 인상 효과 분석 /출처=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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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법인세 구간은 단순할수록 좋다’는 입장입니다. 법인세 구간이 많아지면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성장 회피현상이 일어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들이 매출 5000억원이 초과하면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각종 혜택이 중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규 사업을 별도 법인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법인 쪼개기를 하는 것 같은 형태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려면 현행 최고세율구간인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22%를 25%로 올리는 방식이 정공법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2000억원 초과, 25% 세율’이라는 카드를 꺼내고 여권이 이를 수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권 사정에 정통한 한 조세정책 전문가는 “법인세 최고세율 25%는 보수정권이 추진한 ‘부자·대기업감세’ 정책의 종식이자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의 복원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8년 법인세율을 22%로 낮춘 감세를 되돌리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역점을 두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 전문가는 “당초 여권에서는 현행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5%로 환원시키고 싶었지만, 기업들의 세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수용해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만 2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영업이익 상위 110여개 기업이 증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 복원’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위해 상위 대기업에게만 세부담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지점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법인세 최고율 25%’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부자감세 시비에도 불구하고 고수한 법인세율 22%를 지키고 싶다는 게 한국당의 속내입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소득세 증세에는 상대적으로 열린 자세를 보였습니다. ‘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 35%’였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과표 3억원 초과, 38%’로 올린 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이고, 소득세 최고세율 38% 적용구간을 과세표준 1억5000만원으로 확대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어수선했던 작년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40%로 올려서 과세표준 3억원 이상에 적용하자는 당시 야권의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한국당 경제통 의원들은 과거 집권기에 당시 야권의 소득세 인상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한 만큼 지금은 현 여권이 법인세에 대해서 한국당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복지 확대를 약속한만큼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들도 어느 정도 세부담 확대를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게 자유로운 국민의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국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복지 확대를 위한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세율인상 수준을 명시적으로 못박지는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25%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정부 여당측 게정안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세율을 높이기 위해 과세표준을 늘리는 것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이유에서죠. 이와 관련 국민의당은 지난해 과세표준 200억원 이상 기업에게 24%의 세율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심의 과정에서 현재의 200억원 과세표준을 유지하면서 세율을 1~2%포인트 올리는 절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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