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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땅을 상속받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그 땅을 도로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사용료를 받을 수 있을까? 지자체가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대법원 2017다211528)
A씨는 아버지가 1969년 산 땅을 2010년 물려받아 2012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하필이면 물려받은 땅을 지자체가 도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1971년 좁은 도로를 넓히면서 A씨 아버지의 땅까지 도로가 된 것. 이후 40여년간 아버지의 땅은 도로로 사용됐다.
땅을 물려받은 A씨는 그동안 지자체가 남의 땅을 마음대로 사용하면서 부당한 이익을 얻었으니 이를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자체는 1971년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땅을 도로로 바꾸는 과정에서 A씨의 땅이 도로가 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의 제기를 하지도 않았고 보상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토지사용수익권(땅에서 이익을 얻을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리를 포기했으니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지자체는) A씨에게 토지 사용료를 매달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A씨의 아버지가 땅을 도로로 사용하도록 승낙했거나, 땅 값을 받고 팔았거나, 보상금을 받고 땅 사용을 허락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A씨의 아버지가 땅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유자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권리)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을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를 허용하면 처분권능(팔 수 있는 권리)만 남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유지가 도로로 사용되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토지의 일부를 무상 제공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기 보다 일시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양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자체는 오히려 A씨 아버지의 땅이 도로로 사용된지 20년이 넘어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돼 A씨의 토지 소유권을 넘겨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했다면 소유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지자체는 이를 근거로 20년 이상 도로로 사용했으니 도로는 A씨 것이 아니라 지자체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권 취득의 법률 요건이 없다는 사실 등을 알면서 토지를 무단 점유했다면 '자주점유(소지의 의사를 가진 점유)'의 추정은 깨진다"고 지적했다.
20년 이상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다고 무조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유의 의사, 즉 '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야 한다. 20년간 한 집에 전세로 살았더라도 '남의 집'이 '내 집'이 되지는 않는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알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자체가 도로를 만들었을 때 토지 소유자가 A씨의 아버지라고 적힌 토지 대상이 있었는데 지자체가 소유권을 넘겨 받은 기록은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자체는 A씨 아버지의 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토지를 무단 점유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관련조항
민법
제245조(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제246조(점유로 인한 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전항의 점유가 선의이며 과실없이 개시된 경우에는 5년을 경과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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