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부처 재정정보 공개 확대”
4000억 넘는 국정원 특활비 등은
정작 국회 심사도 안 받고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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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유류비 7만8,920원, 경조사 조의금 5만원, 급식비 3만2,000원.’
마치 한 가정의 가계부를 들여다보는 듯 한데요, 사실 이는 최근 충청남도의 경비 지출 내역입니다. 충남도는 2013년 6월부터 지자체 홈페이지 ‘충남넷’을 통해 예산의 쓰임을 매일 건별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충남넷에 접속하면 도청 시간외근로 근무자가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한 사실까지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개되는 지출 내역은 지난 10일 하루에만 4,500여개에 달했습니다. 막대한 행정 비용과 수고가 따르는 일이죠. 그럼에도 충남도가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것은 도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행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중앙정부에도 귀감이 됐습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중앙정부의 세입ㆍ세출ㆍ기부금 운용 등 재정정보 공개 범위를 파격적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기재부는 이미 재정정보공개시스템인 ‘열린 재정’을 통해 부처별 예산 집행 주요관리대상사업(458개)을 매월(공개 주기) 단위사업(공표 단위)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내년 7월부턴 ‘매일’ ‘세부사업’까지 밝히기로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고용노동부가 고용창출지원사업 명목으로 편성된 2017년 예산 678억원을 매달 얼마씩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고용부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세부사업 등에 매일 얼마씩 쓰는 지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됩니다. 일부 부처에선 “기재부의 지나친 예산 통제”라는 불평도 나오고 있지만 재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제고한다는 명분까지 거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가 재정과 관련된 깨알 정보의 공개 확대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처럼 정작 큰 덩어리의 나랏돈이 여전히 너무 쉽게 빼돌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아직도 4,000억원이 넘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사도 받지 않고 통과되고 있다“며 “재정 투명성은 예산 편성과 심의, 정보 공개 등 모든 과정에서 제고돼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같은 뭉텅이 혈세가 또 어디선가 세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꼼꼼한’ 정보 공개도 좋지만 이런 ‘깜깜이’ 예산부터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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