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박원순 "광화문광장에 육의전 만든다"… 현실은 주말마다 시위 천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독일 방문한 朴시장 "마르크트 광장처럼 상시시장 여는 곳으로"]

"다음달 내내 크리스마켓 설치" 반미 등 시위대에 광장 열어줘

계획된 장터행사 번번이 취소

조선일보

11일 오후 3시(현지 시각) 독일의 본에 있는 마르크트 광장(Markt platz)에 한국인 일행 30여 명이 들어섰다. 8박 10일 일정으로 서남아시아에 이어 독일을 방문하고 있는 박원순〈사진〉 서울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이었다. 박 시장은 "도심의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된 현장을 보고 싶다"며 이곳을 찾았다. 마르크트 광장은 본 구시가지 한가운데에 있다. 삼각형 광장을 중세식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정면에는 옛 시청사가 있다. 부슬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광장 한복판에서는 피에로와 해적 옷을 입은 시민 20여 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11월 11일 11시 11분에 시작해 석 달간 이어지는 독일 최대 축제인 카니발을 즐기는 중이었다. 광장 곳곳에서는 상인들이 좌판을 펴고 과일, 야채를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 시장 같은 분위기다. 마르크트 광장은 1967년 보행자 전용 거리로 지정돼 차량은 진입할 수 없다.

광장을 돌아본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을 이 광장처럼 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꾸미면 좋겠다"며 "광화문광장에 조선시대 육의전을 재현하겠다"고 밝혔다. 육의전은 조선시대 종로 거리 양편에 자리 잡았던 시장이다. 박 시장은 "'광화문 육의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광장 양옆에 2층짜리 한옥을 짓겠다"고 했다. 1층은 시민들이 걸어 다니도록 뚫고 2층은 점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점포에서 농산물, 커피나 차, 한국 전통 공예품을 팔면 시민들이 광장에 오래 머물 것"이라고도 했다.

조선일보

마르크트광장은 시민들로 북적 - 독일의 도시 본의 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마르크트광장에서 각종 상점과 레스토랑이 시민들을 맞고 있다. /인터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시장은 이런 구상을 바로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독일의 크리스마스용품 시장 '크리스마켓'을 본떠, 다음 달 한 달 내내 광화문광장에 '광화문 크리스마켓'을 열겠다고 밝혔다. 14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켓은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시내 주요 광장에서 다양한 수공예품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행사다.

박 시장이 '광화문 육의전' 구상을 발표할 즈음인 12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적폐 청산'을 외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금속노조 등 2만5000명이 모여 '단결' '투쟁'을 외쳤다. 광화문광장은 박 시장 취임 이후 '시위의 성지'로 굳어졌다. 올해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구속된 이후에는 주요 이슈가 걸린 집회의 상당수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9월 23일에는 백남기 농민 1주년 추모 문화제가 열려 약 2000명이 모였다. 지난달 28일에는 '퇴진 촛불 1주년 기념 대회 및 대행진'이 개최됐다. 박 시장은 이날 광화문광장 집회에 참석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광화문광장 교통표지판에 촛불 상징물을 걸고 싶은데 경찰이 안 된다고 한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광화문광장 시위대로 바글바글 -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대형 현수막을 앞세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에서는 올해 광화문광장에서 매주 일요일 농산물 시장을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 대신 광장을 차지한 것은 집회나 시위였다. 일요시장은 지난달 예정된 5회 중 2회만 열렸다. 농산물시장을 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나 다른 행사 때문에 시장이 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와대 만찬 후 숙소로 돌아가던 중 광화문광장에 있던 반미(反美) 시위대가 던진 쓰레기 때문에 반대 차선으로 역주행했다. 이 반미 시위대의 집회를 광화문광장에 허가한 것은 서울시였다.







[본(독일)=이해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