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지휘 맡은 구현모 사장
“토론하고, 소통하고, 협업하기. 그리고 적절히 위임된 권한을 통한 문제 해결 경험을 직접 해봐야 직원들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1등 워크숍’이 그 방법이었습니다.”
KT의 1등 워크숍을 지난 4년간 이끌어 온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사장(사진)은 최근 KT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1등 워크숍은 2014년 9월 처음 시작된 KT만의 독특한 워크숍 방식이다.
지금까지 총 3만50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해 2400여 개의 의제를 토론하고, 그렇게 결정된 내용 중 70% 이상을 실제 업무에서 실행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협업과 소통을 통해 ‘일이 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KT에 따르면 지난 4년간 1등 워크숍의 성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한 결과 매출 기여 측면에서 그룹사, 부서, 전사 워크숍을 통해 약 3879억 원에 해당하는 성과를 냈다. 또 워크숍에서 문제 해결책을 도출해 비용을 절감한 규모가 1200억 원이 넘는다.
KT는 2013년, 201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조직문화도 침체되는 위기 상황을 겪었다. 이때 황창규 회장이 취임했다. 황 회장은 ‘소통’ ‘협업’ ‘임파워먼트(권한 위임)’를 강조했고 임원들 사이에서도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임원들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모든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등 워크숍은 그렇게 시작됐다.
구 사장은 “예를 들어 현장 콜센터에서 해결되지 않는 어떤 문제가 있다면 콜센터 직원과 본사 내 부장, 차장이 말 그대로 끝장 토론을 해 솔루션을 찾아내도록 하자는 게 1등 워크숍의 아이디어였다”며 “다만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결정 권한이 있는 임원이 워크숍 현장에 방문해 그 해결책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판단하고 가능하다면 이행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T는 오래된 난제였던 ‘콜센터 권한 위임’ 관련 논의를 초기 1등 워크숍에서 해결했다. 관련자가 모두 모여 해결 방안을 찾은 뒤 실제 이행이 되는지 점검했다. 1∼2년이 지나고 나니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 중에서 불만과 항의로 분류되는 ‘네거티브(Negative) VOC’가 매년 50%씩 감소했다. 2017년의 네거티브 VOC는 2014년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고객만족 평가도 당연히 올라갔다. 순위는 동종 업계 내 2, 3등에서 대부분 1등으로 뛰어올랐고, 딱 한 분야에서만 2등이 됐다.
1등 워크숍은 지난 4년간 계속 진화했다. 최근에는 문제 해결뿐 아니라 성과 창출, 아이디어 발굴, 전략 수립 등을 위한 워크숍도 자주 열린다. 구 사장은 “‘기가인터넷 서비스’ 부서의 경우 산간 ‘서비스 불가’ 지역의 인터넷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있을지 논의해 보자는 발의를 했다가 무선인터넷 부서에서 깔아 놓은 선이 있다는 걸 워크숍에서 알게 돼 엄청난 비용을 절감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꼭 1등 워크숍이 아니라 어떤 방법과 전략을 쓰더라도 혁신과 변화는 반드시 톱다운이 아니라 보텀업 방식, 즉 아래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런 원칙을 염두에 두고 혁신을 진행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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