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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참담한 退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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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6강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탕웨이싱 九단 / 黑 이원영 七단

〈제11보〉(112~127)=성(城)을 지키자니 백성이 짓밟히고, 백성을 돌보자니 성이 함락당한다. 숨 돌릴 새 없이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던 예전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참상은 바둑게임에서도 종종 신기하리만치 똑같이 재현된다. 비세(非勢)에 몰리면 이리저리 시달리면서 땅과 돌이 모두 참담하게 유린당한다. 바둑 게임의 기본 얼개를 영토와 돌의 생사(生死)로 설정한 발상은 꽤 그럴듯하다.

참고 1도를 보자. 국지적으로만 본다면 백은 1 이하 9까지 상변을 지키는 게 온당하다. 그러나 지금은 10의 '진로 방해' 한 방으로 중앙 백 대마의 퇴로가 끊긴다. 백은 비장한 표정으로 118까지 최대한 성(城)을 지키고 120~124로 민초들도 구출하겠다는 옥쇄작전으로 나왔다. 수순 중 122로 참고 2도처럼 두는 것도 잘 안 된다.

반상 한복판에 종대(縱隊)로 줄지어 이동하는 피난민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124까지 간신히 목숨은 구했지만 상변 성채도 온전히 보존된 게 아니었다. 127 대포 한 방이 상변에 떨어지면서 백의 유일한 희망인 상변에 거센 전화(戰火)가 옮겨붙었다. 백은 그래도 투항하지 않고 필사적 저항을 계속하는데….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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