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준비한 '부모·자녀 함께 볼만한 연극'
셰익스피어 '준대로 받은대로' … 부패한 권력 다루며 딜레마 표현
국립극단은 격동의 2017년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희비극 '준대로 받은대로'를 선택했다.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지난해 선보인 '겨울 이야기' '실수연발'에 이은 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명작 시리즈 중 하나다. 고전에서 동시대성을 이끌어내는 데 빼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오경택 연출가가 함께해 기대를 더한다.
/국립극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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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준대로 받은대로'는 영국의 대문호(大文豪)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정치극 'Measure for Measure'를 원작으로 한다. 절대 권력자의 암투에서 비롯한 군중의 침묵과 폭력성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실존적 딜레마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정의와 불의, 응징과 용서에 대해 깊은 성찰이 반드시 뒤따른다. 국립극단 측은 이번 공연에 대해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한 인물들과 열린 결말, 무대와 관객 모두는 오랜 시간 셰익스피어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헤매었다"고 평했을 만큼 묵직한 고뇌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준대로 받은대로'의 서사는 공연 2시간 내내 제목을 충실히 따라간다. 빈을 통치하던 공작이 여행을 떠나며 안젤로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한다. 평소 사회가 너무 자유분방하게 흘러간다며 불만을 가졌던 안젤로는 해묵은 잣대로 법을 집행한다. 혼인 전 연인과 관계를 맺은 클로디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클로디오의 여동생 이사벨라(주인공)는 오빠의 사형을 막으려고 안젤로에게 간청한다. 안젤로는 그러나 자신과 육체적 관계를 하면 사형을 면해주겠다는 부정(不正)한 제안을 한다. 자신의 순결과 오빠의 목숨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사벨라에게 신부로 변장한 공작이 나타나 속임수를 쓰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공작이 파놓은 함정인 것을 알게 된 이사벨라는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극이 던져주는 유일한 힌트는 '죽음은 죽음으로, 허위는 허위로, 배신은 배신으로, 지은 죄는 지은 대로 갚게 하여라'는 것이다. 유려한 언어와 탁월한 문장력으로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세기의 지성' 반열에 오른 셰익스피어답게 '당한대로 갚아준다'는 단선적 인식의 다음 단계 즉 인간사 본연의 고뇌와 번민은 관객의 몫으로 돌린다. 더불어 '권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이 작품은 권력의 핵심에 근접한 사람들의 타락과 실체가 속속 드러난 한국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 이를 반영한 듯, 오경택 연출가는 이미 "자비, 용서, 정의 등 원작의 일반적인 해석에 더해 폭력에 맞서는 저항을 강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립극단 관계자도 이번 공연의 기획의도에 대해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려 한다"고 했다.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는 오는 12월 8~28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공연한다. 17세(고등학생) 이상 관람할 수 있고, 매주 목·일요일 공연엔 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입장권은 객석 위치별로 2만~5만원이다. 예매나 문의는 국립극단 홈페이지(www.ntck.or.kr)에서 가능하다.
[최성욱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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