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이종혁 교수
스마트폰 카메라 주변에 빨간 원
“난 감시할 것” 다짐하는 시민 늘어
스티커 6만개 동나 10만개 더 배포
“몰카의 심각성 환기시켜 의미 커”
공공소통연구소 이종혁 교수는 생활속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작은 캠페인들을 제안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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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둘레에 빨간색 원 스티커를 붙인 사진과 함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선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나는 감시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가 지난달 15일부터 시작한 ‘빨간 원 프로젝트’ 동참자들이다.
스티커 초기 물량 6만 개는 모두 소진되고 10만 개를 추가 제작해 배포할 정도로 호응이 크다. 일반 시민들이 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전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것) 등을 그만큼 심각한 공공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빨간 원을 통해 집단 저항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5일 빨간 원을 고안한 이종혁(48)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를 공공소통연구소에서 만나 이번 캠페인의 의미와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 빨간 원 프로젝트의 시작은.
A : "지난 8월 초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늘어나는 몰카범죄 현황, 피해 여성의 상태 등 심각성에 대해 전해 들은 게 계기였다. (※당시 경기남부경찰은 몰카는 보지 않음으로써 근절할 수 있다는 메시지의 캠페인을 기획 중이었다.)”
Q : 어떻게 구체화했나.
A : "막내딸(12)의 노트북 카메라 렌즈 위에 테이프가 붙어있더라. 일상속에 소통의 해답이 있다. 속도제한 교통표지판처럼 경고·주의를 주는 내용은 대부분 빨간 원 안에 넣는다. 몰카 문제를 일으키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주변에 빨간 원을 붙여봤다. 반응이 괜찮았다.”
휴대폰 렌즈 둘레에 빨간 원 스티커를 붙힌 영화배우 설경구가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
Q : 시민들의 공감이 상당하다. 배우 설경구와 같은 유명인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A : "캠페인은 시민들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과거의 캠페인은 기업이나 유명인 중심이었다. 시민은 마치 계도의 대상인냥 바라봤다. 반면 릴레이로 진행되는 이번 빨간 원 프로젝트는 내가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Q : 이번 캠페인으로 몰카 범죄가 줄어들까.
A : "사건·사고와 관련한 캠페인은 정량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몰카 피해로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진다. 그런데 한 명이라도 몰카를 촬영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누군가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이다. 단순히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로 따져서는 안된다.”
Q : 캠페인이 끝나면 어떻게 되나.
A : "환경 캠페인을 항상 하지 않더라도 시민들 사이에 ‘환경을 지켜야지’하는 의식은 남는다. 몰래 카메라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 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공공 캠페인의) 판이 바뀌었다.”
Q : 좋은 넛지는 뭔가.
A : "현장에서 경험하고 목격한 사람들의 비판적 사고에서 나온다.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협력을 이끌어낼지도 중요하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길 안 화재진압을 돕기 위해 소화기를 비치했지만 구석에 놔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소화기 겉면에 예술작품을 입혀 소화기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눈에 잘 띄는 소화기는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대중교통 안 임신부 좌석 위에 테디베어를 앉힌 것 등 다양하고 좋은 예는 많다.”
서울·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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