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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문화 生] '다르게 바라본' 오이디푸스 이야기…연극 테이레시아스의 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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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연극 '테이레시아스의 눈'을 준비중인 극단 우아의 성화숙 연출과 작품에 참여 중인 배우들을 만났다.

연극 '테이레시아스의 눈'은 지금도 살아있는 '고전'이자 '신화'인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테이레시아스'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눈 먼 예언자의 이름이다.

어째서 '오이디푸스'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생소한 '테이레시아스'를 타이틀로 내세웠을까. 성화숙 연출은 "테이레시아스의 눈은 크게 보면 창작자의 눈"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가로서 연출자로서 오이디푸스의 운명이 다시 반복되는 것은 어떠한 힘에 의한 것인데, 그것과 '테이레시아스'가 연관돼있고 그가 벗어나고자 하는 운명과 마지막에 내리는 결정은 모두 우리의 삶, 삶의 일시성과 연결된다"며 작품의 주제를 설명했다.

이날 공개한 연습에서는 반복되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중간에 보여주는 동물의 몸짓, 액션 등을 통해 다른 작품과 달리 '움직임'이 중시되는 특성을 선보였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오카스테 역의 오은지, 테이레시아스 역의 임소형, 오이디푸스/사자 역의 이성재, 손문영 배우와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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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인 소감을 말해달라.

ㄴ 오은지: 2막 마무리, 디테일 잡는 중인데 어떻게 짜여질지 기대된다. 잘 맞춰져서 더 짜임새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 예전에 연출님과 밴드, 움직임을 사용해서 대사를 축소한 워크샵을 했는데 그게 계기가 됐다. 그게 극대화된 작품이라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ㄴ 임소형: 초반, 후반을 떠나서 중요한 시기고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하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설레면서 하는 작업인 것 같다. 나이가 있어서 체력은 딸리지만, 마음만은 두 배로 가져가려 한다.

ㄴ 이성재: 저는 이 작품이 움직임극이란 장르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에 흥미가 있어서 참여하게 됐다. 2막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떠한 의미와 움직임이 찾아질지 기대한다.

ㄴ 손문영: 오랜만에 연극이 하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 움직임도 많고 무언가를 찾아가는 힘든 과정에 있다. 그러나 지금이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아닐까. 서로에게 힘이 되고, 혼이 나고, 그런 관계다(웃음).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던데. 어떻게 만들었나? 본인들이 직접 썼나?

ㄴ 임소형: 그렇다. 원래 대본을 나눠주고 각자 바꿔왔다. 어떤 포인트나 뉘앙스를 살려서 외국어지만 관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끔 만들고 있다.

ㄴ 손문영: 정통 외국어도 있다(웃음).

ㄴ 임소형: 이성재 배우는 평소에는 바른 말을 쓰려고 하는데 발음을 바꿔왔을 때 이런 면이 있나 깜짝 놀랐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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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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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주가 되는 극이라고 했는데 1막에서 드라마를 가져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ㄴ 손문영: 아무래도 오이디푸스가 기원전 전에 쓰인 그리스 비극이다 보니 이름은 알지만,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연출님께서 배우들이 1막에 드라마를 전달해주고 2막에서는 저희만의 스토리를 보여드릴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1막을 활용해서까지 보여주고 싶은 2막은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는가.

ㄴ 손문영: 오이디푸스의 반복되는 운명을 색다른 움직임으로 표현해서 관객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ㄴ 임소형: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수많은 표현력이 있지만, 저희가 생각한 움직임이란 부분은 친절하든 불친절하든 통상적인 연극이 언어와 정서로 이야기를 전달핟나면 저희는 언어를 줄이고 움직임에 힘을 줘서 반복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다. 머리가 부딪치고 손을 잡는 등 어떠한 행동이 반복되는 것을 통해 정서를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친절한 쉬운 드라마에서 보는 노력이 필요한 움직임으로 변하게 되는데 아마도 관객들이 더 적극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ㄴ 손문영: 무언가를 자꾸 바꾸려고 하는데 결과는 같다. 오이디푸스가 운명엣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움직임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예언을 거부하려 하지만, 그 과정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조금씩 변형되는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ㄴ 임소형: 땀 나고 침 튀는 4D연극(웃음).

ㄴ 오은지: 아직 움직임이 정리 중이다. 익숙해질만하면 뭐가 자꾸 숙숙 생긴다.

ㄴ 임소형: 나는 연극 자체가 그런다. 뭐가 좀 보이고 들릴 것 같은데 알고보면 아니다. 1m 정도 온 거 같은데 1cm 정도 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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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 배우(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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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출가전 참여작인데 요즘 경연이 어디서나 화두다. 연극 '경연'에 대한 경험이나 소감은 어떤가.

ㄴ 이성재: 현대극 페스티벌, 오프대학로 페스티벌, 국제연기 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그런 곳들도 지원사업을 받지만, 경연을 하기도 한다. 경연이라고 해도 창작하는 입장에선 작품 자체를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경연이 구체적이라기보단 전체적으로 잘 만든 작품이 상을 타는 것 같다.

ㄴ 임소형: 경연에 참여한 사람을 보며 내가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그런 마음으로 경연 프로그램들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술을 가지고 경연한다는 게 승부를 가리는 일인데 그러려면 도식화된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나. 체조는 그래서 기술 점수와 예술 점수를 나눈다. 제가 어떤 연극제를 갔다 신기한 걸 봤다. 심사위원이 오시더니 저희 작품을 보러 오셔서 작품을 보지 않고 대본을 넘기고 계시더라. 배우들이 대사를 틀리나? 장면은 맞나? 무얼 심사하는지 알 수 없더라. 경연의 틀을 가지고 가면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제게 경연은 아주 멀게 느껴진다. 어떤 팀에게 상을 준다는 건 좀 더 대중적으로 많은 공감대를 주느냐 정도가 아닐까.

ㄴ 손문영: 저희는 아무도 경연 생각을 안 하고 있는데 막상 또 경연 시기가 되면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연기는 그런 걸 의식하다가 힘이 들어가면 또 안 되고 너무 몸을 사리면 반대로 밋밋하기도 하고.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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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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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꼽아달라.

ㄴ 오은지: 배우들 간의 호흡이 잘 붙은 작품이 될 것 같다. 말이나 대본에 나와있지 않지만, 실제 몸을 부딪히는 사람들 사이에 느끼는 것이 있지 않나. 그게 잘 보일 것 같다.

ㄴ 임소형: 저는 원래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다. 관객에게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사실 '뭘 더 봐주세요' 같은 말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관객의 눈과 귀를 좁히고 싶지 않고 그저 편안히 이야기를 즐기다가 놀라움, 즐거움, 뭐든 보고 싶은 걸 보시면 좋겠다. 눈을 감아도 좋고, 귀를 닫아도 좋고, 관객의 자유를 막고 싶지 않다.

ㄴ 이성재: 이 작품이 계속 운명을 반복하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사람들이 같은 걸로 실수하는 게 많다. 오이디푸스의 실수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그런 면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ㄴ 손문영: 오이디푸스왕 이야기를 어릴 때 읽었을 땐 셰익스피어처럼 너무 재미 없었다. 이제 성인이 돼 연극하며 이걸 알아가니까 신기하다. 그렇게 오래전에 쓰인 글이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싶다. 관객들에겐 아직도 고전이라 지루하게 다가갈 수도 있지만, 움직임이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오이디푸스'란 좋은 이야기를 다시금 편하게 전달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마디한다면.

ㄴ 임소형: 가끔 주변 분들께서 '테이레시아스'가 뭐야?고 묻는다. 오이디푸스 이야기인데 왜 예언자 이름을 쓰냐고 묻는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이 무언가를 볼 때 그 화면이 다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맹점이 꼭 생긴다더라. 그런데 우리는 그 맹점을 우리 뇌가 자연스럽게 채워넣는다. 우리가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 보이지 않는 걸 다 보고 있다고 믿는 거다. 테이레시아스는 장님이다. 장님의 눈이 무슨 의미일까. 저는 이게 우리의 착각, 맹점을 보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그 면은 누가 설명해도 바로 받아들일 수 없지만 존재하는 거다. 관객들이 이야기에 대해 놓치거나 혹은 관객 마음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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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영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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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보는 이가 어떻게 감상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연극 '테이레시아스의 눈' 역시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남들과 다르게' 바라본 누군가가 만든 작품이다. 2017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인 지원 선정작이자 2017 여성연출가전 참가작인 연극 '테이레시아스의 눈'은 11월 9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달빛극장, 21일부터 26일까지는 여우별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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