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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단속 비웃는 프로야구 암표상…솜방망이 처벌에 더욱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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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암표상이 단속 나온 경찰과 마주치자 인사를 합니다. 단속 나온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죠."

부산 사직구장에서 암표 단속을 하던 한 경찰은 최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내내 경기장 주변에서 단속에 매달렸지만 암표상들은 정작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활개 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13년 잠실야구장에서 암표 단속에 나선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일 낙동강 더비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사직구장에서는 암표상들이 야구장 여기저기서 진을 치고 있었다.

좌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최고 가격은 온라인 예매가격의 5배에 달하는 15만원 가량이었다.

20일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지난 8일과 9일, 15일 사직야구장 일대에서 암표 거래 6건이 적발됐다. 올 시즌 사직구장에서 단속된 암표 거래는 16건이다.

경찰은 경기장 주변에 인근 지구대 인력 등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모두 동원해 암표를 단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에도 왜 암표상들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단속 자체가 쉽지 않고 관련 사법처리 수위가 약한 게 현실이어서 암표 거래 재발을 막거나 근절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래경찰서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암표 단속할 때 거래 장면을 직접 확인해야 하고 구매자들은 암표와 관련된 정보를 경찰 측에 넘기길 꺼려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암표상을 적발해도 경범죄에 그친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암표상은 즉결심판을 받고 20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된다.

실제로 A 씨는 지난달 6일 사직구장에서 2만 2천원에 해당하는 3루 내야석을 7만원에 판매하다 적발돼 즉결심판에 넘겨졌지만 벌금이 10만원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온라인상 거래되는 암표는 처벌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는 장당 3만5천원인 입장권이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온라인 암표상들은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부정 예매한 뒤 온라인으로 표를 되파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

야구팬 구대철(36) 씨는 "온라인으로 표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암표상들이 여기저기서 표를 팔고 있는 모습을 보면 허탈하다"며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암표상들이 없어져야 선량하게 표를 구매하는 야구팬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암표상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인터넷 티켓 싹쓸이·암표 처벌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처리는 현재 감감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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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표 교환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야구팬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앞두고 야구팬들이 온라인에서 예매한 입장권을 교환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17.10.8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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