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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구은수 전 서울청장, 집무실서 3000만원 수뢰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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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청탁 받고 특정 경찰관 승진·전보시켜 청부수사 맡겨

경향신문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59·현 경찰공제회 이사장·사진)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다단계 유사수신업체 관계자를 만나 인사청탁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구 전 청장이 청탁을 받아 승진시킨 경찰관은 해당 업체로부터 ‘수사 속도조절’ 지시를 받으며 청부수사를 했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이 사건 배당부터 이 사건을 직접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구 전 청장은 2015년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서 두 차례, 인근 식당에서 한 차례 등 세 차례에 걸쳐 다단계 유사수신업체 ‘IDS’ 유모 회장(구속) 측으로부터 총 3000만원을 받았다. “서울 강남경찰서 윤모 경찰관을 승진시켜 영등포경찰서로 전보시켜달라”는 등의 명목이었다.

앞서 강희락 전 경찰청장(65)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62)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 전 청장은 ‘함바브로커’ 유상봉씨를 자신의 집무실에서 만나면서 총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2년 3년6월형이 확정됐다. 조 전 청장은 서울청장 집무실에서 중견 건설업체 대표를 만나면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구 전 청장 덕분에 경위로 승진한 윤씨는 IDS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5월 서울 영등포경찰서 지능팀으로 자리를 옮겨 IDS의 지시를 받는 ‘청부수사’를 했다. IDS홀딩스 김모 대표(47)는 윤씨에게 “네가 (영등포로 가면) 맡아야 할 사건이 있다”는 취지로 사건 처리를 지시한 후 “10억원을 사기당했다”며 김모씨(49)를 고소했다.

구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간부를 통해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사건을 윤씨에게 배당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윤씨는 김 대표와 김씨를 차례로 조사하고 김씨를 구속했다. 김 대표는 윤씨에게 수시로 ‘김씨를 이때쯤 불러라’ ‘(김씨 구속영장 신청을) 조금만 기다려달라. 곧 돈을 갚을 것 같다’는 취지로 수사 속도를 조절하는 요구도 했다. 실제 김씨는 구속 후 김 대표에게 10억원 중 일부를 변제했다. 김 대표는 김씨와 합의했고 재판에 넘겨진 김씨의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윤씨는 19일 뇌물수수 및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고, 구 전 청장은 20일 영장심사를 받는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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