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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이영학, 검찰서 진술 번복···'형량 줄이기' 전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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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북부지검 도착한 이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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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송치되는 이영학 씨


이영학이 진술 뒤집으면 경찰 조서 증거 안 돼

"변호인이 전략적으로 진술 말라고 조언하는 듯"
"검찰, 진술 의존하지 말고 증거 확보 주력해야"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학(35)씨가 검찰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침묵을 하는 등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씨가 '형량 줄이기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학, 경찰에 범행동기·수법 진술···검찰선 "말 못 해"

이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딸 친구 A(14)양을 성추행하고 살해 후 사체를 유기한 동기에 대해 진술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13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아내의 죽음으로 성관계 대상이 소멸된 데 따른 성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A양을 이용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러나 뜻한대로 되지 않아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 북부지검으로 송치돼 받은 조사에서는 이씨가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 침묵하고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1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씨가 (범행동기 등)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을 우리가 구체적으로 확인하면 그 부분을 회피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조사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하느냐, 자백하느냐'라고 물으면 "죽였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왜 죽였느냐'는 동기에 대한 질문엔 "모른다. 말 못 한다"라고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추행하려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고 조서를 들이대고 말하면 '예'라고 하고 다시 물어보면 '아니다'라고 하기도 한다"며 "이야기할 때는 진술이 오락가락한다"고 설명했다.

◇"이영학 살인·유기죄 증거 상당···문제는 형량"

이씨가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을 것이란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확실한 증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증언과 일치하는 범행도구와 사체를 유기하던 폐쇄회로(CC)TV 영상, 유기 현장에서 밝혀진 사체, 부검으로 밝혀진 사인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와 관련, "이씨의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는 증거가 다 있다"며 "당연히 유죄다. 증거가 상당하다"라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형법을 펼쳐보면 살인죄는 5년 이상, 무기징역, 사형"이라며 "결국 양형의 문제다. 범행 동기나 수법에 따라서 형량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유죄를 인정받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범행 동기가 양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경우는 사람을 살해해도 집행유예가 나오고 정당방위가 인정되기도 한다. 정당방위부터 사형까지 정말 많이 달라진다"며 "그런 결정을 하기 위해서 많은 부분을 조사해서 범행동기를 규명해야 한다. 양형을 정할 때 인자가 많다"고 강조했다.

◇유죄는 받아도 형량 낮추기 위한 전략?

이씨가 스스로 경찰에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범행 동기 및 수법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고 '형량 줄이기 전략' 짜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인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씨나 이씨의 국선 변호인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경찰 조사에서 나온 진술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법원에서 증거 능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씨가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범행 동기와 수법에 대해 더 이상 진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죄심리학 전문가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변호인이 전략적으로 이씨에게 더 이상 진술하지 말라고 조언했을 수 있다. 이건 증거인멸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혐의나 동기를 더 인정하면 불리하니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으면 지연하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도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양형 사유에 들어갈 수 있다. 뻔뻔하게 진술을 안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라며 "죄를 뉘우치면 양형 사유가 돼서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면 괘씸죄로 더 큰 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이영학 진술 의존 않고 증거 찾아야"

임 교수는 또 "검찰이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증거를 더 찾고 챙겨보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검찰 관계자도 "이씨 본인의 왔다 갔다하는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을 확인해야 한다. 검찰에서 어떻게 확인했다 해도 법원에서 또 바뀔 수도 있다. 무엇을 믿냐는 결국 재판부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검찰은 이씨의 살인 및 사체 유기 의혹 등을 전담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부장검사 1명과 2명의 검사로 구성됐다.

검찰은 오는 22일 만료되는 이씨의 구속 기간을 1차례 연장할 계획이다. 범행 동기 등 추가 조사의 필요성 때문이다. 연장될 경우 이씨의 구속 만료일은 11월1일까지다.

검찰은 중랑서에서 수사 중인 이씨의 성매매 알선 의혹, 아내 최모씨 투신 사망 사건과 강원 영월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최씨의 성폭행 고소건 등을 병합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최씨의 투신 사망 사건에 대해선 '타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chaidese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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