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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길고양이, 골목 끝에 마련한 겨우살이 방 한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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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길고양이 겨울집 만들기

추위는 길고양이 건강의 적

고보협 박선미 대표가 전한

겨울집 제작법과 설치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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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양이보호협회 사무실에서 지내는 고양이 별내가 겨울집을 탐색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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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는 무심하다. 찬란한 가을의 끝에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동물들은 여름부터 다가올 겨울을 대비한다. 털을 좀 더 촘촘하게 채우고, 겨울철 사냥감이 드물어질 것을 대비해 피부의 지방층을 저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편의대로 재편된 도시에서 겨울을 나는 동물들에겐 이런 대비도 무력하다. 그래서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진 요즘,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들의 마음은 분주하다. 추위에 취약해 면역력이 떨어져 삶의 질이 현격하게 낮아지는 길고양이들에게 추위를 피할 곳을 마련해줘야 한다. 동물보호단체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에게 겨울집 제작 방법과 사용 팁을 들었다.

길고양이 겨울집이 필요한 이유?

고양이보호협회에 늘 구조 요청이 들어오지만, 최근 3년 사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얼어죽은 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신고나, 동상에 걸린 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겨울이 길어지는 탓도 있겠지만 도시화로 인해 고양이들이 점점 겨울을 나기 어려워졌다는 것도 큰 이유다. 사람의 편의에 맞춰 도시를 계획했으므로 사람들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고양이들은 겨울이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구내염, 허피스 등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출산묘와 겨울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버티기 힘든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철 빈번하게 들어오는 신고 중에 하나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 본네트에 숨어든 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것이다. 시동이 꺼진 자동차 본네트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가 차가 출발할 때 미처 도망나오지 못하고 더 깊이 들어가 오도가도 못하는 고양이도 있고, 본네트 안 벨트 등에 발이 걸려 다리가 부러진 아이들도 있다. 구조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아무 것도 모른 채 차가 출발해 고양이가 사망하고 썩는 냄새가 나 뒤늦게 발견되기도 하고, 차량에 손상을 미쳐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사례를 여러 차례 겪으며 5년 전부터 ‘모닝똑똑’ 캠페인을 열어 본네트에서 잠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고양이를 깨워 밖으로 탈출할 시간을 주자는 운동을 했는데, 이 운동을 지속할수록 문제의 가장 근간인 추위 대피를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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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대표가 길고양이 겨울집 안내문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돌보는 일에 있어서도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박선하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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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집, 어떻게 만들면 될까?

집에서 쓰는 생활용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저런 재료를 다 찾아봐도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단열이 잘되는 재료는 스티로폼 박스다. 이런 박스를 구해서 고양이가 출입할 수 있게 구멍을 뚫고,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바깥쪽을 방수하면 고양이 겨울집으로 쓸 수가 있다. 하지만 스티로폼 박스를 재활용할 경우 냄새가 강한 음식이 담겼던 것이라면 후각이 예민한 고양이가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유의해야 한다. 우리가 패키지를 만들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들은 저렴하고, 따뜻해야 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관은 밝은색은 눈에 띄고 학대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색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어디에 설치하는 게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가 밥을 먹는 자리에 가까이 집을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해다. 실제로 우리도 밥 자리와 잠자리를 가까이 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길고양이들이 밥 먹는 곳에는 늘 다른 영역에서 찾아오는 '뉴페이스'가 있다. 영역을 경쟁하는 동물인 고양이는 겨울집을 두고 서로 다툴 가능성이 크다.

밥 먹는 자리와는 적어도 3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를 하는 것이 좋고, 당연히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에 둬야 한다. 동물 학대 문제도 있지만, 단순한 호기심에 고양이가 안에 머물고 있는데 집을 뒤집어 보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용도를 몰라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고양이보호협회에서 제작한 겨울집 패키지에는 협회 차원에서 겨울집에 대한 안내문 스티커도 함께 배포하는데, 겨울집이 어떤 용도이고 언제 철거할 것인지 약속하는 내용을 고지하는 것이 좋다. 길고양이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설치자도 언제든 장소를 옮겨 설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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