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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독립 선언한 엄마·아빠들의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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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1일 ‘서울50+페스티벌’ 아빠·엄마학교 공동부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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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전 마포구 공덕동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아빠학교협동조합 강찬영(왼쪽부터)·김태영씨와 엄마학교협동조합(준) 김정은·박정옥씨가 모였다. 이들은 21일 낮 12시부터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열리는 ‘2017 서울50+페스티벌’에서 공동부스를 운영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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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전 마포구 공덕동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 공유 공간에선 중년 남녀 네댓명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김정은 : 축제 때 부스 2개를 따로 기획하고 진행하면 정신이 사나우니 함께 운영하는 게 어때요?

김태영 : 그렇게 하시죠. 엑스배너(세움 간판) 2개를 주문해 아빠학교협동조합, 엄마학교협동조합 하나씩 세워두면 어떨까요?

나머지 : 오! 그런 건 생각 못 했는데…. 좋아요.

김태영 : 방문하신 분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토존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박정옥 : 페이스북 모양의 사진틀을 미리 주문해서 그 속에서 사진을 찍게 하면 어떨까요? 그 사진을 자신의 계정에 올리고, 공유하면 선물을 주는 거죠.

나머지 : 역시 젊은 40대 스마트폰 세대는 달라요. 와하하!

이들은 21일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열리는 ‘2017 서울50+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엄마학교협동조합(준)과 아빠학교협동조합 조합원들이었다. 100살 시대를 살아가는 50+세대(50~64살)의 특성을 이해하고 50대 이후의 삶을 바로 보기 위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50+세대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는 축제다. 1부에서는 50+세대가 직접 참여하는 합창·댄스·연주 등의 공연과 관련 정책을 사진에 담은 기획 전시가 진행된다. 2부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토크 콘서트, 가수 이은미의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김태영(50) 아빠학교협동조합 이사는 “처음에 아빠학교는 축제 때 북 콘서트를 할까 준비했는데 공사가 너무 크더라. 그런데 옆에서 엄마학교가 착착 준비하는 걸 보니까 묻어가는 게, 아니 같이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함께 준비하자고 했다. 아빠학교 조합원이 모두 12명인데 대부분 직장이 있어서 오늘은 나 혼자 왔지만, 축젯날은 모두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은(56) 엄마학교협동조합(준) 이사장이 “축제 때 힘이 필요한 일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안 나오면 바가지 엄청 긁을 것”이라고 말해 다들 웃었다.

“그날 공연이며 먹을거리, 놀거리가 다양하게 많아서 가족 단위로 와도 좋겠다”는 김태영 이사의 말에 엄마학교 조합원들은 “아빠학교 조합원들을 남편보다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다”며 깔깔댔다. 김태영 이사는 “아빠학교와 엄마학교의 문화가 확실히 다르다. 아빠들은 회의 때 의견을 물어도 썰렁하다가 각자 업무를 배분해야 일이 진행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고 아이디어가 막 나온다”고 감탄했다.

아빠학교협동조합은 아빠로서 자신을 성찰하고, 후배 아빠들에게 가족과 사회에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곳이다. 시작은 3년 전 대안교육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였다. ‘지금까지는 아빠로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아이들도 모두 졸업했으니 이제는 우리 자신을 위해 뭔가 하자’는 제안에 의기투합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아빠를 위한 인문학 강좌’였다. “아빠들을 대상으로 강의 주제를 조사했는데, 관심이 가장 많았던 건 ‘아빠와 정치’였지만, 실제로 참석자가 가장 많았던 건 ‘아빠의 성’이었다”고 김태영 이사가 말하자 여자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박장대소했다. 지난해 9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등기를 마친 아빠학교협동조합은 지난 3월 50플러스 중부캠퍼스 개관과 함께 공유 공간에 입주해 자녀와 함께 떠나는 ‘아빠와 여행’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학교협동조합(준)은 ‘엄마’라는 주제로 책을 쓴 40, 50대 여성들이 뭉쳐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모임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겪는 고충을 블로그에 15년 동안 써온 김정은 이사장은 지난해 2월 첫번째 엄마로서 의무를 다한 시간에 엄마를 사직하고 그 이후의 삶을 살겠다는 <엄마 난중일기>를 펴냈다. 그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박정옥(40·<엄마독립만세> 저자)씨가 김정은 이사장을 만났다. 둘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들에게 적절한 사회적 관계와 성장을 돕는 단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시대 엄마들의 고민을 담은 <맘대로대>의 저자 최현경(52)씨 등 모두 6명이 뭉쳤다. 지난 5월에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공모한 `50+단체 설립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중부캠퍼스 공유 공간을 아빠학교 등과 함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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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계자들이 마포구 공덕동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중부캠퍼스를 방문해 고선주 중부캠퍼스 관장(맨 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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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세대가 경험을 살려 사회공헌 등 새로운 일을 도모하도록 돕는 종합지원기관이다. 50+세대를 위한 정책 개발은 물론, 서울시 전역에 50플러스캠퍼스와 센터를 운영·지원하며 상담부터 교육, 공간 지원, 커뮤니티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김정은 이사장은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얼마 만에 진행요원으로 나서는지 모르겠다. 뒤에 앉아서 ‘잘했다’ ‘잘못했다’ ‘왜 이리 법석이야’ 식으로 늘 관전하는 편이었다. 50살이 넘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건 인생에 큰 활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50+정책은 국외에서 공공부문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지방정부가 혁신을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공익가치를 생산하는 6개 공공혁신 우수사례 가운데 하나로 서울시 50+정책을 선정했다. 서울시 50+정책은 고령사회를 대비한 사회경제적 준비, 50+당사자를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조율을 통한 정책 개발과 이행 과정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월29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관계자들이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중부캠퍼스를 방문했다. 서울시·재단 관계자를 대상으로 서울시 50+정책 개발, 이행 과정, 프로그램 성과 등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했고, 중부캠퍼스에서 활동하는 50+당사자들에게 서울시 50+세대 실태와 퇴직 뒤 사회활동 현황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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