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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축구장 2배 공장서 OLED TV 13초에 한대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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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LG전자 A3공장. 축구장 2배 넓이인 1만3200㎡(약 4000평) 규모 공장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 TV용 1번 라인을 비롯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LCD TV 겸용인 2·3번 라인, 대형 OLED TV를 주로 만드는 4번 라인에서 TV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2번 라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LCD TV 전용이었지만, 올 들어 OLED TV 수요가 급증하면서 겸용으로 바뀌었다.

패널 두께가 2.57㎜에 불과해 '월페이퍼(벽지) TV'로 불리는 최고급 OLED TV는 4번 라인에서 거의 모든 공정을 수(手)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금속 케이스까지 합쳐 3.85㎜에 불과한 대형 TV를 받침대 위에 세워둔 채 각종 부품을 본체와 연결했다. 월페이퍼 TV는 시판 중인 TV 가운데 최고 품질로 평가받는 제품. 전 세계에 팔리는 모든 물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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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LG전자 구미 A3공장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전용 라인에서 작업자가 모니터를 보며 조립이 끝난 OLED TV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TV 국내 매출의 30%가량을 OLED TV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



LCD TV 생산 라인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작업이 진행됐지만 77인치(약 196㎝) 월페이퍼 TV를 만드는 4라인에서는 작업자가 조립을 마치고 나서 버튼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제품이 옮겨졌다. 김남용 TV·모니터제조팀 부장은 "월페이퍼 TV는 두께가 워낙 얇기 때문에 휘기 쉽고 충격에 약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기도 어렵다"며 "나사 조립 로봇 등을 배치해 자동화가 많이 된 LCD TV와 달리 OLED TV 제품은 사람 손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OLED TV, 생산부터 시험까지 까다로워

생산 라인 앞쪽 적재 공간에서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옮겨진 TV용 대형 패널들이 포장이 뜯어진 채 컨베이어 벨트에 실리고 있었다. 조립→검사→포장으로 나뉜 140m 길이 생산 라인에서는 작업자들이 각종 부품 모듈을 패널에 부착한 뒤 케이스를 결합하고, 화질·음질 검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자동화가 많이 된 LCD TV는 7초마다 하나씩, 수작업이 많은 OLED TV는 13초 정도에 한 대씩 제품이 생산됐다. 실제로 이날 LCD TV 생산 라인에는 26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OLED TV 라인에는 8명 많은 34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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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TV보다 생산 과정이 까다로운 OLED TV는 시험 단계도 꼼꼼하게 진행됐다. 1층 라인 끝에 있는 430㎡(약 130평) 규모 OLED TV 전용 시험실에서는 최소 72시간에서 최대 7일까지 OLED TV를 켜놓은 상태에서 검사하고 있었다. 김남용 부장은 "고객이 포장을 뜯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까지 잡아내기 위해 포장이 다 끝난 제품을 개봉하는 작업부터 제품 시험을 진행한다"며 "연구원이 일일이 채널을 돌려보고 음량을 조절해보면서 문제점을 직접 잡아낸다"고 말했다.

매년 2배로 성장하는 OLED TV 덕분에 공장 풀 가동

시장조사 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OLED TV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90% 늘어난 138만대로 추정된다. LG전자에 이어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제품 생산을 본격화하고, 유럽과 중국 업체까지 잇따라 진출하면서 2021년에는 시장 규모가 66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OLED TV 생산 기지인 구미 A3공장 생산량도 지난해 16만5000대에서 올해 24만대로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에는 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연간 생산량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이곳에서 생산한 OLED TV는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호주, 인도, 중동 등 아시아·환태평양 지역으로 공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판매량이 연초의 두 배인 월 1만대를 돌파하면서 올해 LG전자 국내 TV 매출의 30%를 OLED TV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용 TV생산지원실장은 "전 세계 TV 시장이 정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OLED TV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덕에 A3공장이 100% 가동률을 이어가고 있다"며 "OLED TV 한 대에서 얻는 이익이 LCD TV 3대분에 달해 수익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조재희 기자(joyj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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