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보는 우리 이야기…테리 보더 展

테리 보더 작가[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작품은 우리가 잘 아는 일상 속 사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온갖 종류의 음식으로 캐릭터를 만드는데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을 찍고 난 후 그것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 ‘왕따 계란’에 등장하는 흰 계란은 ‘유색인 전용’(Colored Only)’이라고 적힌 부활절 계란 바구니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작가는 교회 부활절 신도들이 형형색색의 계란을 선물하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과거 미국 인종차별의 상징인 ‘백인 전용’(White Only) 표지판을 연상시켜 인종차별의 어두운 역사를 비꼰다.

사진가이자 메이커(Maker: 디지털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창의적인 만들기 활동을 하는 예술가)로 활동하는 테리 보더(52·미국)는 철사를 이용, 음식과 사물에 팔다리를 붙여 인격화된 캐릭터를 만든다. 주로 빵, 과자, 계란, 과일 등의 음식과 수저, 손톱깎기, 립밤 등 일상 생활용품을 활용한다. 그는 평범한 사물을 통해 삶과 일상을 이야기한다.

왕따 계란(Eggregation)

‘벤트 아트’ (bent: 구부러지다)로 철사를 접거나 구부려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그만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이 엿보인다. 잘 짜인 스토리텔링과 블랙유머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친근하며, 남녀노소 모두의 공감을 사는데 무리가 없다.

테리 보더는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사물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삶의 지혜와 통찰력,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국내 최초로 열린 테리 보더 개인전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는 오는 12월 30일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계속된다. 사진 및 입체 작품 총 90점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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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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