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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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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정상 혈압 120㎜Hg 맞추려다 무리수 … 쓰러지거나 콩팥 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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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별 위험 요소 고려해 약물 치료

생활습관 함께 개선, 서서히 조절을

당뇨병 있거나 뇌졸중 위험 큰 경우

목표 혈압 더 낮게 유지하는 게 좋아

홍그루 교수의 건강 비타민

중앙일보

고혈압 환자 임모(55·서울 마포구)씨가 10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으며 혈압을 쟀다. 혈압 수치는 수축기/이완기 136/98㎜Hg로 이완기 혈압이 여전히 높게 나왔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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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56·서울 마포구)씨는 5년째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 최근에 쟀더니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32/86mmHg로 나왔다. 자동혈압계에는 ‘높은 정상’으로 표시됐다. 김씨는 정상이 120/80mmHg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정상’으로 표기됐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김씨는 “겨울에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좀 더 높게 나올 때가 많다”며 “약을 하나 더 먹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라고 말한다.

박모(81·여·경기도 고양시)씨는 혈압약을 복용한 지 15년째다. 최근 약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가서 혈압을 재보니 142/95mmHg로 나왔다. 고혈압 기준은 140/90mmHg 이상이다. 박씨는 약을 먹는데도 여전히 고혈압으로 나와 약을 추가로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의사가 그렇게 처방을 바꾸지 않아 이를 따르고 있다.

‘국민병’으로 불리는 게 많지만 고혈압이야말로 진짜 국민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2015년)에 따르면 연간 고혈압 진료 인원은 571만 명으로 전체 환자(1439만 명)의 39.6%를 차지해 단연 1위였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병원에 다니고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혈압을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궁금증을 갖고 있다.

혈압 20/10mmHg 늘면 심장질환 사망률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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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오를 때 사망률 변화


혈압이 150/100mmHg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이 혈압약을 복용해 135/85mmHg로 낮추면 치료가 잘된 걸까. 아니면 약 복용량을 늘려 적극적으로 정상혈압 수준(120/80mmHg) 이하로 낮춰야 할까. 40, 50대와 70, 80대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이 같을까. 전문가들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어느 정도로 낮출지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 왔다. 우선 혈압 목표를 알아보기 전에 혈압이 증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자.

세계적인 학술지 ‘란셋’에 실린 61개의 연구를 분석한 논문(2002년)에 따르면 혈압 115/75mmHg를 기준으로 혈압이 20/10mmHg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이 두 배씩 증가했다. 이는 혈압을 정상혈압 수준으로 낮춰 유지해야 심혈관·뇌혈관 질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혈압을 낮추는 방법은 크게 ‘표준치료’와 ‘적극치료’로 나뉜다. 표준치료군은 고혈압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일반적인 혈압 수치(140/90mmHg 이하)를 목표치로 잡는다. 적극치료군은 혈압 목표치가 표준치료군에 비해 낮다.

두 가지 치료 효과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가 2015년에 발표됐다. 당뇨병이 없는 5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 중 75세 이상, 콩팥·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 요소가 한 가지 이상 있는 환자 9361명을 적극치료(4678명)와 표준치료(4683명) 그룹으로 나눠 5년간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표준치료군은 수축기 목표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두고 치료를 진행했다. 적극치료군에 대해서는 혈압 목표치를 120mmHg 미만으로 잡았다.

그런데 이 연구는 3.26년 만에 끝났다. 적극치료군(평균 도달 혈압 121.4mmHg)이 표준치료군(평균 도달 혈압 136.2mmHg)에 비해 총 사망률이 27%,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25% 낮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신장투석을 받을 확률은 33%, 뇌졸중 발병 위험은 11% 낮았다. 이 연구는 뇌졸중·당뇨병이 없고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압을 적극적으로 낮추는 것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아직까진 이 연구결과를 치료에 적용하지는 않는다. 성별·나이·체질량지수(BMI)·운동 여부를 따지지 않고 단순 고혈압 환자는 140/90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140 미만이 ‘높은 정상’이지만 무조건 120 미만으로 잡아 무리해서 치료하면 부작용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

다른 질병 감안, 고혈압 치료 계획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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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진료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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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혈압 환자가 약을 많이 복용해 120/80mmHg 미만으로 과하게 낮추면 기립성 저혈압(일어날 때 핑 돌거나 실신하는 증세), 실신, 부정맥(서맥), 고칼륨혈증, 급성 콩팥 기능 저하, 전해질 이상 등의 부작용 위험이 증가한다. 혈압 폭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 환자는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 노년층 고혈압 환자들은 여러 가지 질병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혈관 탄력이 떨어져 있어 무리하게 혈압을 낮추면 기립성 저혈압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껴 낙상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

하지만 위 연구에서 보듯 심혈관계 위험 요소가 있는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하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고혈압으로 인해 다른 장기가 손상된 환자는 혈압이 높을수록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목표를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거나 뇌졸중 위험이 큰 경우 ▶관상동맥 질환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 말초 혈관 질환이 있거나 ▶심부전 위험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목표 혈압을 더 낮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처음부터 약물로 급격히 혈압을 낮추면 저혈압·실신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환자별 위험 요소를 고려해 혈압 조절 목표를 세우고 적절한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작업을 병행해 혈압을 서서히 조절해야 한다.

처음 고혈압 진단을 받았을 때 심혈관계·뇌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콩팥 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는 심장·신장·뇌혈관을 진료하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으면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질환에 따라 목표 혈압과 약물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치료는 혈압약만을 사용하는 ‘독주(獨奏)’가 아니다. 약물 종류와 용량의 선택은 물론 금연·절주·저염식·식단 조절·운동 등의 생활습관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협연(協演)’이다. 환자 상태를 고려한 맞춤 치료가 곧 협연이다.

고혈압 환자용 ‘대시 다이어트’ … 현미·야채 먹고 소금은 줄여야
고혈압 환자에게 권하는 식사를 ‘대시(Dietary Approach to Stop Hypertension·DASH) 다이어트’라고 한다. 적정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식이요법이다. 대시는 ‘4 YES’와 ‘3 NO’로 구성된다. YES는 네 가지를 먹는 걸 말한다. 정제되지 않은 곡류인 통밀·보리·현미를 먹고, 하루에 야채(2~3회), 한 줌의 견과류, 저지방 유제품(1회)을 먹는다.

NO는 ▶붉은 고기·가공육 ▶하루 당류 50g 이상 ▶하루 소금 5g 이상 섭취하지 않는 걸 말한다. 한국인은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5g)의 2배가 넘는 12g을 먹고 있다. 고혈압 환자는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그루 교수
영남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심장학회 정책위원, 한국 심장초음파학회 보험 이사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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