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별 위험 요소 고려해 약물 치료
생활습관 함께 개선, 서서히 조절을
당뇨병 있거나 뇌졸중 위험 큰 경우
목표 혈압 더 낮게 유지하는 게 좋아
홍그루 교수의 건강 비타민
고혈압 환자 임모(55·서울 마포구)씨가 10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으며 혈압을 쟀다. 혈압 수치는 수축기/이완기 136/98㎜Hg로 이완기 혈압이 여전히 높게 나왔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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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81·여·경기도 고양시)씨는 혈압약을 복용한 지 15년째다. 최근 약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가서 혈압을 재보니 142/95mmHg로 나왔다. 고혈압 기준은 140/90mmHg 이상이다. 박씨는 약을 먹는데도 여전히 고혈압으로 나와 약을 추가로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의사가 그렇게 처방을 바꾸지 않아 이를 따르고 있다.
‘국민병’으로 불리는 게 많지만 고혈압이야말로 진짜 국민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2015년)에 따르면 연간 고혈압 진료 인원은 571만 명으로 전체 환자(1439만 명)의 39.6%를 차지해 단연 1위였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병원에 다니고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혈압을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궁금증을 갖고 있다.
혈압 20/10mmHg 늘면 심장질환 사망률 2배
혈압 오를 때 사망률 변화 |
세계적인 학술지 ‘란셋’에 실린 61개의 연구를 분석한 논문(2002년)에 따르면 혈압 115/75mmHg를 기준으로 혈압이 20/10mmHg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이 두 배씩 증가했다. 이는 혈압을 정상혈압 수준으로 낮춰 유지해야 심혈관·뇌혈관 질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혈압을 낮추는 방법은 크게 ‘표준치료’와 ‘적극치료’로 나뉜다. 표준치료군은 고혈압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일반적인 혈압 수치(140/90mmHg 이하)를 목표치로 잡는다. 적극치료군은 혈압 목표치가 표준치료군에 비해 낮다.
두 가지 치료 효과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가 2015년에 발표됐다. 당뇨병이 없는 5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 중 75세 이상, 콩팥·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 요소가 한 가지 이상 있는 환자 9361명을 적극치료(4678명)와 표준치료(4683명) 그룹으로 나눠 5년간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표준치료군은 수축기 목표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두고 치료를 진행했다. 적극치료군에 대해서는 혈압 목표치를 120mmHg 미만으로 잡았다.
그런데 이 연구는 3.26년 만에 끝났다. 적극치료군(평균 도달 혈압 121.4mmHg)이 표준치료군(평균 도달 혈압 136.2mmHg)에 비해 총 사망률이 27%,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25% 낮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신장투석을 받을 확률은 33%, 뇌졸중 발병 위험은 11% 낮았다. 이 연구는 뇌졸중·당뇨병이 없고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압을 적극적으로 낮추는 것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아직까진 이 연구결과를 치료에 적용하지는 않는다. 성별·나이·체질량지수(BMI)·운동 여부를 따지지 않고 단순 고혈압 환자는 140/90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140 미만이 ‘높은 정상’이지만 무조건 120 미만으로 잡아 무리해서 치료하면 부작용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
다른 질병 감안, 고혈압 치료 계획 세워야
고혈압 진료 지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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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 연구에서 보듯 심혈관계 위험 요소가 있는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하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고혈압으로 인해 다른 장기가 손상된 환자는 혈압이 높을수록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목표를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거나 뇌졸중 위험이 큰 경우 ▶관상동맥 질환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 말초 혈관 질환이 있거나 ▶심부전 위험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목표 혈압을 더 낮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처음부터 약물로 급격히 혈압을 낮추면 저혈압·실신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환자별 위험 요소를 고려해 혈압 조절 목표를 세우고 적절한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작업을 병행해 혈압을 서서히 조절해야 한다.
처음 고혈압 진단을 받았을 때 심혈관계·뇌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콩팥 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는 심장·신장·뇌혈관을 진료하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으면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질환에 따라 목표 혈압과 약물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치료는 혈압약만을 사용하는 ‘독주(獨奏)’가 아니다. 약물 종류와 용량의 선택은 물론 금연·절주·저염식·식단 조절·운동 등의 생활습관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협연(協演)’이다. 환자 상태를 고려한 맞춤 치료가 곧 협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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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용 ‘대시 다이어트’ … 현미·야채 먹고 소금은 줄여야
고혈압 환자에게 권하는 식사를 ‘대시(Dietary Approach to Stop Hypertension·DASH) 다이어트’라고 한다. 적정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식이요법이다. 대시는 ‘4 YES’와 ‘3 NO’로 구성된다. YES는 네 가지를 먹는 걸 말한다. 정제되지 않은 곡류인 통밀·보리·현미를 먹고, 하루에 야채(2~3회), 한 줌의 견과류, 저지방 유제품(1회)을 먹는다.
NO는 ▶붉은 고기·가공육 ▶하루 당류 50g 이상 ▶하루 소금 5g 이상 섭취하지 않는 걸 말한다. 한국인은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5g)의 2배가 넘는 12g을 먹고 있다. 고혈압 환자는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NO는 ▶붉은 고기·가공육 ▶하루 당류 50g 이상 ▶하루 소금 5g 이상 섭취하지 않는 걸 말한다. 한국인은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5g)의 2배가 넘는 12g을 먹고 있다. 고혈압 환자는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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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그루 교수
영남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심장학회 정책위원, 한국 심장초음파학회 보험 이사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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