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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베트남판 부정 토익’ 한국서 수법 배운 서울대 석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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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연수비자에 한국어 점수 필요

한국어 능통자가 시험 직접 보며

송수신기로 응시자에게 답 전달

현지 월급 평균 30만원인데

1인당 1500만원씩 받아 챙겨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응시해 산업연수생 자격용 점수 취득을 원하는 베트남인들에게 정답을 알려주고 거액을 챙긴 베트남인과 현지 부정 응시자, 한국인 알선책 등 2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정답을 알려준 베트남인 A(27) 등 3명은 구속됐고 부정 응시한 베트남인 18명과 한국인 알선책 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A 등 구속된 3명은 정답을 알려주는 대가와 산업연수생 알선료 등으로 총 1억2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에서 2016년부터 유학원을 운영 중인 베트남인 A는 지난 1월 기술연수비자(D-4-6) 취득 요건에 한국어능력시험 점수가 추가되자 돈벌이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 한다. 한국어능력시험 기준(2급)을 통과하려면 최소 6개월~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노렸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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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알선책인 베트남인 B(37), C(36)와 함께 ‘한국에 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현지인 18명을 모집한 뒤 한국어능력시험 점수를 쉽게 따게 해주겠다면서 돈을 요구했다. 1인당 700만원에 한국에서 1년간 기술연수를 받은 연수비 800만원까지 총 1500만원을 받았다. 베트남 현지 월평균 임금이 30만~4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500만원은 베트남에서 5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2014년부터 2년간 서울대에서 공부하며 석사학위(국제통상 전공)를 받아 한국어에 능통한 A는 전형적인 부정 토익 시험 수법을 그대로 썼다. 김병수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A가 한국에 머물던 2015년 당시 부정 토익으로 일당이 검거된 적이 있었다”며 “그때 A가 수법을 익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A는 지난 3월 부정 시험을 의뢰한 이들과 함께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고 무선 송수신기로 시험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D(35)에게 알려줬다. 한국어능력시험 제한 시간은 100분이지만 A는 20분 만에 문제를 모두 풀었다고 한다. D는 A로부터 들은 정답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5명에게 알려줬다. 이들은 1인당 4명씩 응시생에게 무전기로 답을 알려주는 수법을 썼다.

A는 한국에 있는 알선책 이모(29)씨와 이모(44·여)씨에게 울산에 있는 용접기술교육센터에 연수받으러 가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달라고 요청한 뒤 지난 7월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수속을 모두 마쳤다. 이후 A와 알선책 2명, 부정 시험 응시자 18명 등 21명은 지난 15일 김해공항으로 입국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이미 이들의 불법을 파악하고 있던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A와 알선책 2명 등 모두 3명은 구속, 부정 시험 응시자 18명과 한국인 알선책 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부정 시험 응시자들은 곧 추방할 방침이다.

경찰은 A가 이번 사건뿐 아니라 또 다른 취업 비자를 발급할 때에도 부정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6년부터 어학원을 운영한 A는 베트남 현지에서 일제 차량을 소유하고, 통장에 4000만~5000만원의 현금이 있을 정도로 부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는 베트남인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2014년 6157명이던 베트남인 응시자가 2015년 1만3160명, 2016년 1만6106명, 2017년 10월까지 1만4166명으로 1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는 20만8000명에서 25만3000명으로 22% 늘어났다. 김병수 수사대장은 “유사한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베트남 유학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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