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CNN 주최 대선 TV토론을 마친 뒤 아내 질 바이든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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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토론 참패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론'까지 거론되자 미국 언론이 아내 질 바이든 여사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정치 인생에서 중요한 모든 결정에 깊이 관여한 질 여사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설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만약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더 젊은 후보가 자신을 대신하도록 한다면 그 결정에 이르는 데 가장 중요한 사람은 대통령 본인을 제외하면 대통령 부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오랜 정치 인생에서 어쩌면 최악일 수 있는 순간을 겪은 바이든이 마지막 대선에 도전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늘 그녀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토론 직후 공황 상태에 빠진 민주당 후원자들이 서로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대통령 부인과 만나거나 대화할 방법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주요 후원자 중 한명인 존 모건은 "질의 목소리가 최종적이고 가장 중요하다. 그녀는 바이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대부분 큰 결정은 결국 밸러리(바이든의 여동생)와 질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 여사는 토론 직후 남편을 옹호하며 남편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질 여사는 지난 28일 맨해튼에 모인 후원자들에게 토론을 끝낸 뒤 바이든 대통령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고, 자신은 "우리는 90분이 당신이 대통령을 한 4년을 규정하도록 두지 않을 거다"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질 여사도 자신을 향한 '노인(바이든)에게 지친 발걸음을 계속하도록 강요한다'는 비난 목소리나 남편의 건강 문제를 숨기려고 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거의 반세기 동안 정치를 한 바이든 부부가 자신들이 장기전에 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대통령의 오랜 정치 인생이 부부가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으로 끝나기를 원치 않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질 여사가 남편의 삶에 행사하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질 여사의 역할을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온라인에선 질 여사가 토론을 마친 남편을 손을 잡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영상이 퍼졌다. 이후 그녀는 민주당이 주관한 파티에서 "조, 정말 잘했어요! 당신은 모든 질문에 답했고 팩트를 알고 있었어요"라고 외쳤다.
칩 로이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은 엑스(X·옛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공유하면서 "누가 군 통수권자인가?"라고 적었다. 해리엇 헤이그먼 하원의원은(공화·와이오밍)은 소셜미디어에서 "오늘 밤 질 바이든과 바이든 캠프가 한 짓은 조 바이든을 재치로 겨루는 싸움에 비무장 상태로 내보낸 것으로, 분명한 노인 학대"라고 주장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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